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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SG Nov 23. 2022

어머니, 이런 아들을 어떻게 키우셨어요?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 아내의 관점 10

아~ 드디어 10번째, 이제 내 몫의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시작할게 ~ 

 



몇 가지 속 터지는 이야기하고 이제는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 여기서 불만을 털어놓았으니 이젠 좋은 기운을 다시 가져와야 되지 싶어. 


1.

내게 딸이 있다고 이야기했을 거야. 하여간 자연 분만한 자랑스러운 딸이 하나 있어.

외모는 몰라도 머리는 나를 닮아야 하는데 남편을 닮았어. 하나를 가르치고 두 가지를 가르치면 먼저 가르친 첫 번째 것을 잊어버려 ~ 환장해 ~ 난 공부 잘했거든.


몇 년 전 침을 뱉어서 검사소에 보내면 유전자 검사해주는 게 있었어. 인당 400위안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해. 조상이 어디서 왔는지, 통증에 민감한지, 스트레스 하에서 의사결정 능력이 좋은지, 장수 가능성, 호기심, 창조 능력이 좋은지 어떤지, 음악 감각은 어떤지, 술 마시면 머리가 아픈지 혹은 얼굴이 빨개지는지 등등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유전자 검사였어. 그때 알았지 딸아이가 왜 공부를 못하는지 말이야. 남편 유전자에 학습능력이 나쁘다고 나왔더라고~ 이런 진작 알았으면 유전자 검사하고 결혼하는 건데 말이야. 딸이 아빠를 닮아버린 거야. 이런 결과가 나왔으면 반성은 하지 못할 망정, 자기를 닮아서 딸아이가 머리가 나쁘고 이건 유전이니 딸 잘못은 없다는 거야 ~ 그러니 앞으로 딸아이 공부 못한다고 야단치지 말라네~  자기 유전자 잘못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자기에게도 뭐라고 하지 말래~ 그것도 자기 잘못 아니고 유전자가 그런 걸 자기 보고 어떡하냐고 뻔뻔하게 말이야.


2.

올봄 중국 봉쇄 관련 소문은 들었을 거야. 상하이는 그동안 사드도 잘 넘겼고, 우한 코로나 때도 상하이로 도망쳐 온 사람들 때문에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또한 잘 정리했어. 중국에서 가장 일 잘하고 선진화된 도시가 바로 상하이거든. 근데 웬일인지 올해는 잘 대처하지 못했어. 그래서 말로만 듣던 도시 봉쇄까지 하게 되었지. 무려 2달 동안 말이야. 실제로는 2달 하고도 보름 정도 된 것 같아. 내가 상하이에서만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렇게 일을 못하는 상하이 정부를 본 건 처음이야. 근데 그 일 못한 상하이 총 서기 이강이 이번에 중국 No.2가 되었네~ 정치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하고 난 중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딸아이도 어디서 들었는지 상하이 정부가 일을 못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옆에서 남편이 한마디를 하네 ~ 


"상하이 시장과 상하이 서기는 누가 뽑았는데?"


맨날 남편이 하는 이야기거든. 직원이 일을 못하면 누구 잘못이냐고 말이야. 안목 없는 사장 탓이고 교육 잘못시킨 사장 탓이라고 하거든. 더 이상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싶었지. 얘기를 중단했어.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이야기가 세어버렸네 ~ 

봉쇄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멀리 돌아왔네.


사상초유의 상하이 봉쇄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

봉쇄는 봉쇄고 우리 상하이 사람들은 또 잘 먹어야 할 거 아냐~ 과거처럼 한두 개는 배달이 안되고 100개 혹은 100 상자는 배달이 가능해~ 여기저기서 공동구매를 하는 거야~ 내 인맥을 최대한 동원했지.


난 그때 하루 종일 찬거리 사느라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어. 신선한 우유 한통 사기 힘들 때, 우유를 10통 사서 딸과 남편 먹이고, 생선이 귀할 때 생선, 조개, 게 그리고 전복 이런 것들 구해다 먹이기도 하고, 하이디라오 훠궈를 구하기도 하고, 빵이 귀할 때 빵 한 박스 그리고 치즈케이크까지. 그 두 달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매일 핸드폰으로 물건 구하고 밥하고 재택근무로 일하는 등 정신이 없었어 정리랑 설거지는 물론 남편이 했지. 남편에게 요리를 시키려고 시도해 봤는데 요리가 맛없는 건 둘째치고 힘들게 구한 식자재들이 너무나 아까운 거야. 어떻게 구한 식자재인데 말이야. 마침 딸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나 봐~ 

"엄마, 먹을 것도 별로 없는데 아빠가 맛없게 하면 재료들이 너무 불쌍해~"하더라고. 


하루하루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훌쩍 2달이 지났어~ 나 정말 힘들었어. 그리고 내가 뭘 살려고 하면 그렇게 사지 말라면서 막상 음식을 하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 2일분을 해 놓았는데 한 끼에 다 먹어버리기도 하더라고 ~ 나랑 딸이랑 얼굴을 마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어. 평소 때라면 웃어넘기겠지만 비상사태라 마냥 웃을 순 없었어. 


와~ 알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갑자가 남편의 어머니가 너무 힘드셨겠단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지.


"어머니, 이런 아들을 어떻게 키우셨어요?" 

"오빠가 2일 먹을걸 한 끼에 다 먹어버렸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하고 말이야. 어머니가 웃으시더라고...


3.

나 사실 어머니가 잘 먹는 남편 하나 키우기도 힘드셨을 텐데 삼 남매나 키우셨다니... 정말 고생 많으셨겠단 생각은 하고 있어. 근데 어머니께 불만도 있어. 어째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거 있지. 어머니가 능력이 좋으시니 다 해주시고 너무 과보호를 했나 봐.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에 뭔가 고장 나면 자긴 고칠 생각 안 하고 항상 나를 불러~ 여보~ 수리하는 사람 좀 불러봐~ 하루는 에어컨이 안된다며 에어컨을 사야 한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에어컨 수리하는 사람 불러서 100위안 내고 고쳐서 잘 쓰고 있고, 식기세척기 고장 났다며 잘 쓰고 있는 식기세척기를 사재. 이 인간이... 돈이 어디 굴러다니는 줄 아냔 말이야. 돈의 쥐꼬리만큼 주면서 말이야. 그리고 무엇이든 고치던 아빠와 달리 이 인간은 형광등 하나를 못 갈아~ 어쩐지... 한국 집에만 가면 남편은 어린아이가 되어버려~ 엄마! 오늘은 옷 뭐 입어요? 엄마! 오늘 추워요? 엄마! 엄마! 엄마! 그걸 어느 순간 내게도 하는 거야? 몇 시야? 캐리 오늘 비와? 


이때 난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단호하게 이야기하지. 

"넌 눈 없어? 직접 확인해!"


'이건 중국어로 뭐라 그래'라고 물으면

"넌 손이 없어? 사전 찾아"


'캐리, 중국 당대회는 언제야?'라고 물으면

"바이두 찾아봐~'


엄마! 엄마! 엄마! 가 캐리! 캐리! 캐리!로 바뀌었더라고. 

그래서 나는 시어머니와 달리 남편을 독립적 이도록 키우는 중이야. 


4.

또 먹는 얘기야.

그는 딸아이와 먹는 것을 두고 싸워. 한심할 때도 있어. 어떻게 양보는 못할망정 딸이랑 먹는 것을 두고 싸우냔 말이야. 장점도 하나 있긴 하네~  다른 집 딸아이들은 음식을 먹지 않아 고민이 있다는데 우리 딸아이는 입은 고급스러울지언정 반찬 투정이 없어. 자기가 안 먹으면 아빠가 다 먹을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집은 뭐든지 공평하게 1/3로 나누어 먹어. 물론 맛없는 건 남편 차지야. 


5.

생활 백치

이것도 어머니 덕분일 수 있어. 생활상식이 없어도 너무 없어.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한 사람 같아.


에어컨에 차가운 바람이 나오지 않으면 에어컨을 바꿔야 하는 걸로 알아. 그냥 공기만 빼주면 되는데 말이야. 

전원이 꺼지면 두꺼비집 전체 전기 올리는 위치도 모르고,

설거지한 거 물기 제거하지 않고 그냥 찬장에 놓기도 하고, 

청소기를 산지 3달이 되었는데 청소기 쓰레기 어떻게 제거하는지도 몰라.

전기사용량 불러달라는데 어디서 볼 줄도 모르고, 

우유를 며칠 못 마셨다고 1000ml 혼자 마시더니 요구르트까지 먹고 누웠다가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어.

연애 초기인데 한국에서 본 브랜드는 다 한국 거래. 지오다노, 패밀리마트 등등 알고 보니 그게 한국 사람들 특징이더라고. 

중국에서 사 먹은 오리온 초코파이는 맛없고 한국서 사 먹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더 맛있다는 거야~ 찾아봤더니 둘 다 중국에서 생산이 되기도 했더라고. 그 얘길 했더니 생산 라인이 다르다나? 하여간 우기기는~


6.

길치

운전하는 사람이 같은 곳을 3번을 가도 어떻게 운전해서 가는지 몰라.

매번 왼쪽, 오른쪽 그렇게 이야기해줘야 돼. GPS가 나와 얼마나 다행인지 말이야. 

3번을 찾아간 곳도 이 건물인지 다른 건물인지 헷갈려해. 이건 딸아이가 아빠를 안 닮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p.s 이젠 나의 이야기는 끝났고, 엄마, 아빠한테도 한번씩 기회를 드릴 생각을 하고 있다. 


<남편 생각>


변명할 거리들이 있지만 일단은 대부분 인정


두 가지는 억울해서 변명을 좀 해야겠다.


첫째, 딸과 먹는 걸로 싸우는 것

설마 정말로 싸우겠어? 물론 딸아이가 억울해서 운 적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케이크를 1/3로 정확하게 잘라야 하는데 조금 더 많이 자르고 내가 먹어 버렸을 때였던 것 같다. 

그다음에는 우리 집엔 규칙이 생겼다. 잘라서 나누어 먹어야 하는 건 자른 사람이 가장 나중에 골라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커팅은 내 몫이 되어버렸다. 나도 정말 열심히 컷팅한다. 눈으로 분간이 되지 않도록.


3남매로 경쟁하면서 살았다. 반찬 투정, 먹을 것 투정한 적이 없다. 그냥 안 먹으면 나머지 두 명이 먹을 테니 말이다. 2 사람 몫을 하느라 힘들었다. 먹기 싫다면 그래 먹지 마~ 해버린다. 문제는 정말 맛없는 음식일 때도 내가 먹어야 한다는 것.


둘째, 초코파이

철 지난 이야기이긴 하다. 

일반(?) 중국인들은 마시멜로의 그 쫀득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오리온 초코파이를 좋아했던 이유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다른 브랜드는 그 쫀득한 마시멜로를 구현하지 못했다. 어느 날 중국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를 먹는데 쫀득함이 없이 그냥 툭툭 끊어지는 거다. 한국에 가서 다시 먹어보니 한국건 여전히 쫀득하다. 아내가 한국에 왔을 때 두 가지를 비교해서 먹여보았다. 그 쫀득함의 차이를 모른다. 자기가 모르는 건 남이 틀린 거다. 이건 평생 이해시킬 수 없는 벽일 듯하다. 중국인들이 중국식당에서 대충 만든 한국식 떡볶이와 진짜 한국식 떡볶이의 차이를 모르는 것과 같고, 전통 한국식당과 흉내 낸 한국식당의 차이를 모르는 것과 같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입맛이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어느 순간 느낄 때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길치 남편을 둔 여자의 울음이 100%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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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습니다.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1부가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 북]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brunch.co.kr)


전편은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 그중에서도 한 도시인 상하이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우리와 다른 문화 그리고 약간의 저희 경험을 담았습니다.

속편은 12화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편: 10화, 속편: 12화)

주 2~3회로 생각하고 있고요. 글쓰기 초보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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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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