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색 양말 한 짝
주영은 답장을 보내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조금 걷다보니 다시 발목이 시렸다. 주영은 공원과 언덕의 경계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방에 넣어둔 양말 한 짝을 꺼냈다. 잠시 고민하다 오른쪽 발에 신고 있던 양말을 벗었다. 밤색 양말 한짝. 주영은 작게 소리내어 말하며 양말을 신었다. 왼쪽 발에는 회색 양말을 겹쳐 신었다. 언덕으로 올라가자 양쪽 발의 높이가 조금 다른 것이 느껴졌다. 주영은 발을 따라 움직이는 양말을 바라보다가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주영아. 잘 지내?”
“가을에도 연락했잖아 우리. 한 달 전이었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래도 이제 날이 추워졌으니까.”
“그래, 뭐 그럭저럭 지내. 너는?”
“구몽이를 찾은 것 같아. 만나서 얘기할래? 우리 한번 봐야지!”
주영은 문자와 똑같은 말을 건네는 민재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멍이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주영은 구멍이라고 발음했지만 민재는 이번에도 구몽이라고 발음했다. 주영은 양말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덧붙였다. 민재는 주영의 말을 들으며 분실물 사이트에 접속했다.
“오늘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은가봐.”
“지갑, 휴대폰 이런 것들?”
“아니. 녹색 머그컵, 회색 블루투스 마우스, everything 이라고 적힌 스마트폰 케이스. 이런 것들이 올라와 있는데. 아, 밤색 양말 한 짝, 이게 너가 올린 게시물이구나.”
주영이 영화를 보는 동안 분실물이 더 접수되어 있었다. 주영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한 것이라는 문장을 덧붙였을지 궁금했다. 중요한 머그컵인데, 중요한 마우스인데, 중요한 스마트폰 케이스인데, 찾을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들을 놓고 내린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이트를 주영은 연달아 새로 고침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