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색 양말 한 짝
구멍. 코숏. 나이 세 살. 암컷(중성화O) 왼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을 제외하고 모두 검은 털이 나 있습니다. 특이사항 : 이름은 구멍이지만 구몽이라고 불러야 쳐다봅니다.
민재는 가능한 많은 곳에 실종신고를 했다. SNS계정도 새로 만들었고 고양이 관련 카페와 사이트를 찾아 게시물을 올렸다. 고양이의 사진과 함께 파란색의 굵은 글씨로 세부사항이 적혀 있는 종이를 출력해 동네에 있는 전봇대를 찾아다니며 붙였다.
“분명 창문을 닫은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거실이 너무 추웠어. 구몽이는 사라졌고. 곧 안전망을 달려고 했었는데.”
민재는 그날에 대해 자주 말했다. 주영도 구멍이 보고 싶었다. 어쩌면 민재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몇 배는 더 생각하고 있었다. 주영이 민재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말한 것이 구멍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고 한 사이트에 구멍과 닮은 고양이의 사진이 올라왔다. 왼쪽 앞 발에 하얀 털이 나 있었고 나이도 세 살 추정이었다. 앞모습 사진만 있어서 뒷발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사진을 보여주자 민재는 고개를 저었다. 구멍이 아니라고 했다. 다르게 생겼어. 민재의 말을 들으며 주영은 구멍이 아닌 고양이들의 사진을 넘겨보았다. 구멍이 아닌 고양이들의 사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구멍이 아닌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주영은 앞으로에 대해 생각했다. 구멍을 잃어버린 민재와 친구로 지내는 일에 대해. 주영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