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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l 11. 2021

8. 민재와 구멍

밤색 양말 한 짝

주영은 시간을 확인했다. 3시였다. 영화관 주변에는 벤치와 나무가 많은 작은 공원에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었다. 주로 동네 주민들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주영은 그곳을 조금 걷고 싶었다. 현수와 영화를 보고 나서 자주 가던 곳이어서 길을  알았다. 익숙한 곳에 조금  머물고 싶었다. 주영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걸었다.


- 겨울이다 주영아. 우리 한번 봐야지!


문자가 오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냈다. 민재였다. 봄이다 주영아. 우리 한번 봐야지!, 여름이다 주영아. 우리 한번 봐야지! 민재는 이런 방식으로 주영에게 연락을 해 오는 사람이었다. 계절의 변화와 둘의 만남에 어떤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듯 연락을 했다. 주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민재는 주영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다음에 보자. 다음에 연락할게. 주영은 자주 그렇게 답을 했었는데 민재는 잊지 않고 다음 계절에 맞춰 문자를 보냈다.


그런 연락이 오기 시작한 건 민재가 작년 겨울, 고양이를 잃어버린 이후부터였다. 주영과 민재가 친구 사이로 돌아가자고 결정한 날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주영은 두 관계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친구를 잃고 연인 사이가 된 것이고, 친구 사이로 돌아간 지금은 연인을 잃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두 관계를 모두 되찾은 것일까.

민재는 유기묘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어린 고양이가 세 살이 될 동안 함께 살았다. 구멍. 민재는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의 이름을 구멍이라고 지었는데 발음할 때는 구몽에 더 가깝게 불렀다. 민재의 집에 놀러갔을 때 구몽 밥 먹자. 구몽아 거기 올라가면 안 된다고 했지. 구몽 물 마실래? 와 같은 말을 듣고 있던 주영은 이렇게 물었다.


“이름이 구멍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구멍.”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민재는 고양이를 부를 때마다 구몽이라고 발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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