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리 Jul 11. 2021

7. 엔딩크레딧

밤색 양말 한 짝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이 밝아졌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영을 포함한 대여섯명의 사람들은 계속 앉아 있었다. 주영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고민하며 엔딩크레딧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찾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이는 무언가를 찾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 문장을 옮기는 번역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없음’이라고만 적었던 장래희망 칸에 직접 ‘번역가’라고 적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그러니까 정말 번역가가 되었는지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라도 되었는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았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주영은 현수의 프로필 이름이 ‘  없음  것이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현수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알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낯설게 느껴졌다. 현수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들은 모르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다시 물어볼  있을지도 모르게 되었다. 영화관을 나올 때까지 현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영은 양말을 찾으면 현수가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했다. 동시에 자신이 상황을 예측하는 일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전 06화 6. 양말에 자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