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색 양말 한 짝
주영은 상영관에 들어갔다. 현수와 자주 찾던 독립 영화관이었다. 좌석은 많지 않았지만 편안한 곳이었다. 공간에 비해 스크린의 크기가 커서 영화에 몰입하기도 좋았다. 주영은 현수 덕분에 이곳을 알았고 독립 영화도 처음 보기 시작했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 공간을 주영은 좋아하게 되었다. 옆 좌석에 가방과 겉옷을 올렸다. 계획대로라면 현수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였다.
영화 중간에 들어올지도 몰라. 주영은 비어있는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광고성 문자가 몇 개 와 있는 것 외에 현수로부터 온 연락은 없었다. 주영은 분실물 신고를 할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갔다. 밤색 양말 한 짝이라는 제목과 함께 상세하게 양말의 특징을 적어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면을 새로 고침 하자 카드, 핸드폰, 지갑, 무선이어폰을 찾는 사람들의 게시물이 번갈아 보였다. 양말을 찾고 있는 사람은 주영 뿐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까워지자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결국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이었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것은 그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에서였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서 아이는 스스로를 직접 찾아야 했다. 영화는 아이가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시험이나 자신만의 계획을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비장한 음악이 이어졌다. 고조되는 멜로디를 들으며 주영은 현수가 떠올랐다. 현수는 주영이 휴학했을 때 프랑스어 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스물한 살 때였고 그때부터 현수는 교환학생을 꿈꾸고 있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주영은 아이의 모습이 자꾸만 현수와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