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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l 11. 2021

4. ‘알 수 없음’님

밤색 양말 한 짝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영은 물건을 잃어버린 횟수만큼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졌다. 선물 받은 면 소재의 셔츠와 노란 표지의 시집, 여행용 목베개 같은 것을 식당과 한강 공원과 공항버스 같은 곳에서 잃어버렸다. 분명 손에 들고 있었는데. 주영은 그렇게 말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머물렀던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주영이 예상했던 위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교양 수업 조모임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졌던 사람들과 멀어졌다. 몇몇은 서서히 멀어졌고 몇몇은 메신저 프로필이 ‘알 수 없음’이 되어 더이상 연락할 수 없게 되는 방식으로 주영의 곁에서 멀어졌다. 어딘가에 살아 있어도 볼 수 없어진 사람들을 주영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떠난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 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 주영의 곁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현수의 메신저 프로필 이름이 ‘알 수 없음’으로 변한 것은 월요일이었다.주영은 현수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주영이 현수와 나눴던 대화가 전부 ‘알 수 없음’님과 나눈 것이 되어 있었다.


-그럼 다음주 수요일에 봐.

-좋아, 그때 보자!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 되어 있었다. 오늘 함께 보기로  영화의 좌석도 예매가 끝난 상태였다. 주영에게는 현수의 연락처가 있었지만 문자나 전화는 아직  보지 않았다. 현수와는 다시 연락하지 않아도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곤 했으니까. 주영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현수만은 그렇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약속 시간이 되면 영화관에 나타날 것이라고.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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