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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l 11. 2021

3. 예측하는 일에 소질이 없었다.

밤색 양말 한 짝

‘중요한 것인데, 찾을 수 있을까요?’


주영은 직원에게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중요한 것. 그렇지 않았다면 전화를 하지 않았겠지만 주영은 그 말을 덧붙였다. 명품 양말 박스도 아니고 양말이 들어간 여행가방도 아닌, 그냥 양말 한 짝을 찾고 싶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았다. 주영은 당장 택시를 타면 지하철보다 빠르게 다음 역에 도착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후불제 교통카드로 삼초 만에 계산을 마치고 달려 나가서 지하철에 탑승하고. 홀로 떨어져있는 양말을 찾아오는 상상을 했다. 역 주변 도로는 한적한 편이었지만 언제 더 큰 도로와 더 많은 차량이 나타날지 몰랐다. 주영은 상황을 예측하는 일에 소질이 없었다. 자신보다는 직원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영은 무언가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나면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이어지곤 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는 단짝이었던 친구와 함께 쓰던 일기장을 잃어버렸고 중학교 삼학년 때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하얀색 모자를 잃어버렸다. 분명 가방에 넣었는데. 주영은 친구 앞에서 그런 말을 반복하며 가방을 뒤집어 털었다. 친구는 주영을 바라보다가 가방 안에서 떨어져 나오는 공책이나 연필, 플라스틱 파일 같은 것들을 함께 주웠다. 그런 일이 생기고 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르고 주영은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 한 친구는 전학을 갔고 한 친구는 학년이 바뀌고 반이 달라지면서 주영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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