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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 Oct 24. 2021

격동의 회사생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본의 아니게 프로이직러가 되었습니다. (9) 


2019년 12월 첫 회사 입사 후 2021년 1월까지 나는 총 4군데 회사에 소속되었었다.  

그 대장정의 이야기를 모두 이야기 할순 없고, 가장 버라이어티했던 한 군데에서 6개월을 지내며 겪은 일들을 적어내려가려한다. 


앞서 말했듯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 

건강 상의 문제가 내 발등의 돌부리가 될줄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다. 

그런 나의 몸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또 있었으니 바로 나의 상사였다. 

그녀는 나의 몸상태보다 불성실함에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기대하던 것에 부합하지 못하는 내 업무수행능력에 아주 큰 불만이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회사라는 조직에서 그녀는 중간관리자였고 어찌됐든 그녀는 내 이력서를 보고 뽑았으니까. 


그러나 [나의아저씨]라는 인생드라마에도 박동훈(이선균)은 외치지 않던가.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데입니다." 라고. 

그녀가 나에게 보이는 적의는 어느 순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일례로, 모든 팀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나만 배제되는 일이 생겼다.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선 순간 알았다. 

파티션 너머 모든 자리의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그 순간. 

나는 참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니가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라고 했으면 나는 사직서를 냈을텐데...

왜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 그녀의 인성이 참 치사스러웠다. 

말도 오래 섞고 싶지 않았기에 사직서를 내밀었고 두말않고 사인을 하는 그녀를 보며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한테 그 사직서를 가지고 직접 부사장실로 가라고 했고 이게 무슨 소리지? 라는 눈빛으로 묻는 내게 최종 승인은 부사장-사장 직인을 받아야 결제가 난다고 했다.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말을 할지 말지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사장은 내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퇴사를 한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몸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진건 언제냐고 묻기에 입사하자마자 제안 프로젝트를 받았고 제안서를 쓰기 위해 야근한 내용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후 회복이 안되었고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안프로젝트 PM도 만족 못했을거라 생각한다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배제하더라도 팀의 모든 사람이 들어간 회의에 혼자 배제되어 회의가 진행된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건 인격적인 모독을 당한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부사장님은 일단 내가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했고  사직서 날인은 우선 반려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돌아오기 무섭게 내 상사가 내선전화를 받고 부사장실로 뛰어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고 난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제외했을 뿐인데 왜 그게 사과거리가 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처음 정규직 전환까지 수습기간이라고 생각하라던 계약직 6개월의 마지막 전날, 그녀는 계약연장이나 정규직 전환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말했다. 

이미 계약서 상에 약속된 날짜가 있고 상호간에 그 날짜에 대해 알고 있는데 굳이 본인이 미리 말을 해줄 필요가 있냐는 거냐고.  


어떤 면에서 그녀는 참 냉철하고 조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몰랐다. 

하지만 예를 들어, 내가 소녀가장이거나 미혼모라면 그녀의 그런 계약연장 불가 통보가 어느정도의 임팩트를 가져올지 사람으로써 단 1도 생각해볼 여지가 없었을까? 

그녀의 천성이 그렇다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저 내가 싫어서 그런 무리를 했을거라 믿고 싶다. 


아. 또 하나. 

중간에 한번 그녀는 나에게 이따위걸 결과물이라고 가져오냐며 생지랄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난 그저 나의 잘못이라 생각했고 그녀가 만든 최종본을 확인했다. 의문스러웠다. 그녀가 생지랄을 한 이유가. 

난 그녀의 최종본과 내가 까인 결과물을 A,B안으로 무기명 처리한 뒤 동료 및 친한 상사들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10명 중 10명이 내가 까인 중간 결과물에 더 좋은 평가를 주었고 그들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날 위로했다. 그것만으로 난 만족하고 후련하게 짐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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