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decision to alive
아주 잘 살기.
한참을 그렇게 우울의 심연 속에 빠져있다
어느 지점을 지나치니
삶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무의미해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어졌다.
그러다 이대로 죽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과
우울의 늪은 어느새인가 그렇게 날 잡아먹고 있었다.
얼마나 거창한 것이 있을 수 있었을까.
살아야만 하는 이유, 죽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아주 지극히 구질구질했다.
당장 내가 갚아야 할 은행 빚, 카드 대금을 놔두고 죽을 순 없었고.
무엇보다 내 새끼를 엄마 없이 살게 할 수 없었다.
(새엄마가 있을 수 있겠으나 남편의 외양으로 볼 때 어렵다고 판단했음)
이런 비겁한 변명을 끌어다 놓고 나는 꾸역꾸역 살아야 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잘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우울함에 휩쓸려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걸 사랑하고
기다릴 수 있는 모든 걸 기다리고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걸 기대해보면서
꾸역꾸역 살아가 보기로 했다.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아주 잘 살아남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