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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 Mar 04. 2023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5_depressive

depressive


겪어보니 번아웃의 기저에는 우울함이 있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요즘 정신의학과에 대한 허들이 많이 낮아지고

우울장애에 대한 인식도 많이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실제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아직도 차갑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울한 정도가

생활에 곤란이 있을 정도로 깊어지면

대체로 나타나는 것이 씻지 않는 것과

시간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드라마가

얼마 전 방송한 '우리들의 블루스'라고 생각하는데

드라마를 보다 우울의 느낌을 똑같이 표현한 장면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특히 극 중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인공(신민아)이 남편과 말다툼하다

남편의 말끝에 '좀 씻고 무언가 해보라'는 대사가 있는데

나에겐 그 대사만큼 날카로웠던 것이 있나 싶었다.

그 말을 하는 입장에선 지켜보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인 것을 알고

듣는 상대방은 죄책감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어지는 그 말.


시간개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약속은커녕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

하고 싶다 혹은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영역 안에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의욕이 없기에 먹는 것, 숨 쉬는 것도 버거운 순간이 내 발끝에 챈다.


그런 상태에서 학교? 직장?

제시간에 출석 or 출근이 가능할까.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대부분 보통의 사람들이

해내는 일상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사람들은 그 대단함의 크기만큼 쉽게 간과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대부분 누군가의 지각을, 누군가의 게으름을,

누군가의 버릇을 비난하고 질책하기 바쁘다.

그게 바로 자신일지라도.


나 역시 그랬다.

하루에 머리를 두 번도 감던 사람이

이틀을 꼬박 세수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을 혐오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갈 때,

내가 오늘 아침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누군가의 지각에 화가 뻗치더라도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따뜻하게 물어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자신이 해내는 작은 일상에도

애정 어린 시선이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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