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symptom
몸과 마음은 하나라, 증상은 함께 발현되기 마련이다.
번아웃으로 인해 나에게 나타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불규칙한 수면과 무기력함, 부정적인 생각,
극도의 예민함(신체적·정신적) 등이 있었다.
가장 첫 번째,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날 환장하게 했는데
이틀 내내 총 수면시간이 4~5시간이 되지 않다가
다음 이틀은 내리 잠만 자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수면 습관이 생겨나 버렸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내가 기혼인데 무자녀인 상태였다면
환장할 노릇까지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기혼에 미성년 자녀가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누군가의 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주말이야 남편이 있다지만 평일의 엄마가 무기력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재난 중의 재난이라는 걸 나는 확신으로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증상 중 하나인 극도의 예민함은
정신적으로도 그렇지만 신체적으로도 찾아왔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몸에 닿는 섬유 재질 하나하나가 유난스럽게 느껴져
상처가 날 때까지 긁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겼는데
후에 알게 된 것은 내가 했던 이 행동이 자해 행위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난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까지도 이 사실이 자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20%쯤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니, 가려워서 긁었을 뿐이고
내 피부가 약해서 상처가 난 것을 어쩌라고.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긁는 것은
문제행동이라는 말뿐이니 이제는 정말 인정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번아웃이라는게 기본적으로 우울을 동반하는지라
우울과 그에 함께하는 증상들이 함께 다가왔다.
친하게 지내던 많은 사람과의 교류도 끊었고
무언가에 열망하지도 않았다.
점점 나는 내가 낯설어져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