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결국 Mar 12. 2023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_안녕 나의 사랑.

첫 사랑이어서 첫 사랑이라서


나는 기획자라는 직업이 좋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서비스든 프로젝트든 일의 큰 틀을 짜는 것도 

클라이언트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파고 또 파면서(digging) 

점점 많은 분야를 섭렵해가는 것도 좋았다. 


내가 느끼기에 기획이라는 업무는 

'크리에이티브'한 어떤 것이라든가 

최신 트렌드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양질의 정보를 찾아내고 

찾아낸 정보들을 퀼팅 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재창조의 영역이었고 

난 그것에 자신이 있었다. 

 

기획자로 산다는 건.

기획이라는 건.

그렇게 나에겐 뜨겁고 애정 넘치는 첫사랑 그 자체였다.


첫사랑이라서 뜨겁게 사랑했고

첫사랑이라서 열정적이었고

첫사랑이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첫사랑이라서 미숙했고

아팠고,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지나친 내 열정은 누군가에게 가시 같았고

누군가에게 부담스러웠기에

나는 조직에 적합한 인재상이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조직원을 데리고 있기란 어느 조직에든 부담이 되기 마련이었고

그렇게 나는 어떤 순간에 이르러서는

누군가와 상처를 주고받는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코로나를 기점으로 아들의 입학과 함께 경력 단절을 맞이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 맞는 조직을 찾아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조금 다쳤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인정하기까지 나는 내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말았다. 

이전 02화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