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나이를 먹으면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일들.
아직도 나는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내 인생 마흔 전에 일어날 거라 상상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내고 나니 길을 잃었다.
그 와중에 주어진 생애 과업들
며느리로서 해내야 하는 일, 엄마로서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하고 나니 에너지가 바닥나버렸고 번아웃이왔다.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온몸으로 마음의 흔들림을 받아내고
글을 쓰면서 얻은 결론은 그렇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이 된 나에게 직업이 바뀌는 일이
일어날 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난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하고,
몰입해서 파기 시작하면 다른 곳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스타일에 목적지가 바뀐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임에도 내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 인정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한 사람이었던가.
항상 이쯤에서 고민하고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자기연민과 위로의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릴 내가 싫어
나 자신을 제때 감싸주지 못하고
애써 못 본 척, 한쪽 구석으로 미뤄두는 일을 해왔다.
그렇게 길을 잃고 두려움에 헤메며
찾아온 번아웃에 무릎을 꿇었고
의식적으로 브런치에 접속하지 않았고
무언가 쓰고자 하는 마음을 자체를 가질 수도 가지지도 못했다.
그게 바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자
내가 처한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