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_심연에 빠지다.
intro.
21년도 10월 말.
내 이름으로 에세이집이 나왔다.
대형서점 매대에 내 이름이 적힌 책이 올라갔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거라 말하며 축하해주었다.
머리로는 그 축하에 함께했다.
하지만 난 초조했다.
편집자에게 전달받은 판매량 수치에 숫자 0이 찍혀있는 걸 확인하는 것도.
사실은 그렇게 잘 쓴 것 같지 않은 책이 시중에 나와 있다는 것도
그래서 차마 나는 제대로 들춰보지 못하는 내 책도.
내 심장을 뛰게 했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몇 발짝 앞두고
내가 사랑하는 일에
그동안 내가 열심을 다 해왔던 일에서 거절당한 듯한
상황이 버거웠다.
그렇게 나는 전업주부라기엔 사업소득이 발생하여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 소득이 너무나 형편없고 초라하기까지 하며
그간 일해왔던 영역에서는 누락된 어느 실패자가 되어
2022년을 맞이했고
우울의 심연(深淵)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맞이한 것이 번아웃이라는 것을.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는
이 번아웃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민하면서도 미련한 인간의 조용한 몸무림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리없는 발버둥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