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니가 나오고 있었다

2025.03.19 율이 생후 289일의 기록

by 곰곰

이가 나오는 것을 보는 건 매번 신기하다. 정말, 정말 그렇다. 얼마 전 아랫니 하나가 더 올라오는 걸 봤는데 이번엔 이앓이가 거의 없어서 나온 줄도 몰랐다. 친정엄마가 “윗니는 나오고 있니?” 물으셨을 때, “전혀”라고 대답했었다. 입술을 앙다무는 행동이 늘었지만 새로 올라온 아랫니가 낯설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9개월이 되어도 윗니가 보이지 않아 다소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친구 아들은 10개월 때 이가 났다는 말이 떠올라 아기마다 다르겠지, 율이도 곧 나오겠지 하며 기다렸다.


요즘 율이는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뒹구는 걸 좋아한다. 오늘 오전도 그랬다. 매트리스로 기세 좋게 올라가서는 뒤돌아서 나를 보고 한 번씩 웃고 힘차게 앞으로 기어갔다. 커튼 쪽으로 가기도 하고 이불 위를 탐색하기도 하며 뒹굴었다. 침대 매트리스 위를 기다가 발라당 하고 앞으로 넘어온 율이가 웃었는데, 윗잇몸에서 치아가 살짝 나온 게 보였다.


"율아, 윗니 난 거야? 율이, 기특해..."

아랫니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율이의 네 번째 치아다. 네 번째이지만 여전히 놀랍고 신기했다. 새롭게 올라오는 치아를 보는 건 마치 조각가가 하나하나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인간이라는 존재가 점점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올라온 윗니는 약 0.5mm 정도였는데 확실히 아랫니에 비해 넓적해 보였다.


"율아, 정말 경이롭다...!"


율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책에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어 종종 되새기고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나고, 이 아기가 우리 가족이라니.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율이가 9개월이 되면서, 아니 사실은 그전부터 "어린이집은 언제 보낼 거야?"라는 질문을 아주 많이 듣는다. 벌써 10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그 질문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지금 내 마음은 단순하다. 커가는 순간들을 조금 더 함께하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조금 더 키워보고 결정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대답이다.


율이 윗니가 드디어 났다! 우리 율이가 잘 커주는 게 기특하고 고맙다. 놓치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그 모든 순간들을.


20250319.jpg 율이가 커가는 모습들을 섬세히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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