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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Nov 26. 2023

나 우울해서 빵 사 왔어요

70대 부모님께 해보다

한동안 유행했던 (요즘도 많이 하나요?) "우울해서 빵 샀어." 짤*을 보다가 문득 '엄마, 아빠한테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물었을 때, T 성향은 "무슨 빵", "그래서?"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F 성향은 "왜 우울한데?", "무슨 일 있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짤이다.


엄마는 T인걸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반응이 궁금했다. 마침 오늘 집에 들어올 때 빵을 사들고 와서 타이밍도 좋았다.


나는 저녁 식사 중에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아까 내가 빵 사 왔잖아. 사실 나 우울해서 빵 사 온 거예요."

두 분은 '얘가 뭘 잘못 먹었나?'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아까 내가 빵 사 온 거 우울해서 사 온 거라니까, 할 말 없어요?"

눈치 빠른 엄마가 잠시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우. 울. 해. 서 빵을 사 왔다고? 많이 먹어~"

'우울해서'란 말을 강조하는 걸 보니 엄마는 뭔가를 들은 모양이다.(ㆆ_ㆆ)

"아빠는?"

나는 엄마는 포기하고,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아니, 우울해서 빵 사 왔다고요."

"그러니까.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아, 아빠도 확신의 T구나."


부모님 둘 다 T였다니.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공감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고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표현의 방식만 다를 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MBTI란 것을 안지 한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혈액형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면 알 수록 참 재미있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을 만나도 바로 선을 긋기보다 "혹시 T성향인가? 혹시 J성향인가?"라며, 먼저 이해를 하려고 한다.


MBTI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맹신하지 않고 그냥 '사람의 성향에 대한 이해'정도로만 받아들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부모님께 종종 다른 질문도 해봐야겠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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