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산모의일기] 짧은 악몽

나를 닦아주던 물티슈의 비밀

by 난생


고위험 산모 중에서도 그나마 상태가 좋아도

여기 입원한 산모들은 나를 포함해

일주일에 한 번 샤워를 할까말까다.


서서 샤워하고 씻는 행위 자체가 무리가 될 수 있어서

대부분 고위험 산모로 입원하면 출산때까지 씻지 못한다.

씻고 싶어도 주치의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정도.


그렇게 1달에서 3달까지도 씻지 못하고 버티는게

고위험 산모들이다.

길게는 몇 개월...찝찝함을 참으면

아기를 지킬 수 있으니

모두가 절실한 마음으로 버티는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양수가 조금씩만 새고 있고

어느정도 유지가 되고 있어서

샤워를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아직 서있으면 배가 단단히 뭉치는 느낌이 들어서

무서워서 샤워는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물티슈를 물에 좀 헹궈서

방부제와 같은 화학성분을 좀 흘려보내고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몸의 국소 부위만

간신히 닦고 있다.


이렇게만 해도 아직은 버틸만 했는데

푹 잤던 오늘밤, 씻는걸 주제로 짧은 악몽을 꿨다.


꿈에 친정 엄마가 나왔는데

나를 목욕탕에 있는 때밀이 베드에 눕히고

내 몸을 정성스럽게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때를 민것도 아니고 시원한 물줄기도 없었지만

너무 개운하고 시원했다.


엄마가 건강이 안좋아서 병원 면회도 서로 못하고 있었는데 꿈에라도 엄마를 봐서 반갑기도 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문득 개운함에 몸서리 치다가,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대체 어떤 물티슈이길래

이렇게 때가 다 밀리듯 시원한걸까?


엄마가 나를 닦아주고 있는 물티슈의 상표를 봤다.

많이 보던 상호 옆에 빨갛게 붙어있는 경고문구에는

'장례용'이라고 씌여 있었다.


'뭐... 뭐지? 장례용??'

"엄마.. 여기 이거 물티슈 이상한데 장례용이라고 써있어..이런 물티슈도 있나? 웃긴다...ㅎ특이해... 뭔가 시원하긴 한데..."

"응... 우리딸 이 물티슈는 시체 닦을 때 쓰라고 나온거야"

"뭐? 그걸 왜 나한테 써? 무슨 말이야 엄마?"

엄마는 그 한 마디 말만 했을뿐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꿈에서 깰 때까지
대체 왜 시체닦는 물티슈로
내 몸이 닦여지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내 배를 봤을때 내 배는 납작해져 있었고
나는 그 목욕탕 때밀이 베드 위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설마 우리가 죽은건가...싶은 생각이 들 때 쯤,
병원 아침 식사가 나와서 배식원이 나를 깨웠다.

씻지 못하는 답답함과
언제든 아기나 나에게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잠재된 불안에 짓눌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