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산모의 일기] 가장 두려워해야 할 자궁수축

임산부의 배가 돌처럼 단단해질 때

by 난생

살면서 이토록
내 배가 얼마나 단단해지는가에 관해
시시때때로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다.

20대 한창 때는
열심히 운동한 날에 복근이 좀 생겼으려나 하며
샤워 후 배를 한 번 꾹꾹 눌러봤던 것이
관심의 전부였는데.

임신 후에는 내 배가 알리는 신호에
시시각각 예민해졌다.

내 자궁은 쌍각자궁으로,
자궁이 역삼각형이 아닌 하트모양처럼 생겼다.

이쁜 하트는 아니고
하트의 가운데 부분이 아주 깊이 파여진
거의 두개의 자궁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 있는 상태였다.

어떤 산부인과 의사는
이런 내 자궁컨디션으로 임신유지가 힘든 이유에 대해
한 명의 아이를 품고 있더라도
쌍둥이 임신과 비슷할거라는 말로
나를 쉽게 이해시켜주기도 했다.

평범한 산모가 온전한 하나의 방에서
태아를 키우고 있다면
나는 반쪽짜리 방에서
태아를 키우고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보니,

임신기간 10달동안
반쪽 자궁으로 버텨야 할 태아와 양수 무게,
아이 하나를 품기 위해 자궁이 늘어나며 받을 압력...
그런 것들이 좀 남다르겠구나 싶었다.

내 자궁에 대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살고 있다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의사에게 확실히 '자궁무력증'이라는 말을들었다.

그동안 어렴풋이 예상했으면서도
'그래, 말 그대로 무력한거구나...
이제 좀 확실히 알겠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20주에 접어들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하자
배가 단단하게 뭉치는 일이 잦아졌다.

조금 심하게 뭉치는 날이면
아기가 있는 오른쪽 배 한 쪽이
심하게 단단히 굳어서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고는 했다.

그 간격이 10분, 5분, 2~3분 내외로 점점
짧아지는 때는 아랫배가 생리통처럼 싸하게 아프면서
마치 아기가 미끄러져 나올 것 처럼
자궁경부를 누르는 압박과 쿡쿡 찌르는 통증도 동반됐다.

아기가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자
자궁이 늘어나면서 마치 감당할 수 없다는 듯
'이제 그만 할래'하고 밀어내는 것 같았다.

자궁수축이 무서운 이유는
이렇게 수축이 반복 지속되고 심해지면
자궁을 튼튼히 받치며 막고 있는 자궁경부가
Y자로 벌어지다가 조금씩 열리는
분만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자궁경부가 열리면 아기집인 양막이 보이고
그렇게 노출된 양막이 경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양수가 터지고 아이도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만삭 산모들이 출산시에 진통을 겪으며
분만과정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사나 간호사에게 간절히 궁금해하는...
"얼마나 열렸어요? 1cm, 3cm??"하고 묻는 그 과정이
30주도 채 못채운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21주부터 그런 자궁수축이 시시때때로 찾아왔고
23주차 2일째 밤,
패드 하나가 30분도 채 안돼 다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의 하혈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2~3분 간격으로 극심한 배뭉침,
아랫배와 자궁경부 쪽의 진통이 찾아왔다.

대학병원 분만장으로 들어가서
맨몸으로 환자복을 갈아입고
언제든 수술할 수 있도록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엑스레이까지 찍는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나 싶지만
실감이 나지 않아서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양수까지 터지자 아 정말 끝이구나 싶어서
눈물이 터졌다.
첫아이에 비해서 둘째는
태교도 잘 못 해줬는데 싶어 미안했고
큰 아이를 재우기 위해 늘 밤마다 부르던 자장가가
둘째 아이에게 들려줬던 태교노래의 전부라서
더 후회와 슬픔이 밀려왔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난 더 이상 울지말고,
나만큼이나 뱃속에서 무섭고 힘들어할 아기를 위해
노래라도 불러주자 싶어서
마음속으로 들리지 않게 노래를 불렀다.

남편은 옆에서 같이 울고 있었고
우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자궁수축은
그렇게나 무서운 것으로 기억된다.


날 면회와서 남편이 가장 많이 묻고 신경쓰는 말이
'배뭉침'이 됐다.
요즘 내 안부는 배뭉침으로 통하는 듯. 다행히도,
자궁경부가 열리지 않게 묶어주는
맥수술을 받아놓은 상태라
양막이 파열됐지만 양수를 많이 잃지 않고
꽤 잘 버티고 있다.

자궁수축을 방지하는 마그네슘 수액을 떼고
내 몸의 힘만으로 자궁수축 없이 버틴지도
오늘 오전 8시가 되면 만48시간이 된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마그네슘을 떼고 48시간 정도 수축없이 유지되면
100%장담은 못해도
수액 없이 끝까지 버티는 산모도 많이 봤다고 했다.

나도 꼭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어제는 기본 포도당 수액도 뺐는데
기분탓인지 수액줄을 모두 빼고
양 팔이 자유로워지니
간간이 배가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밤에 잘때도 다시 배가 단단해지는 때가 있었지만
이정도면 아직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
최대한 배뭉침 없이 지나가는게
내 몸의 숙제.

그리고 이 숙제 잘하면 수액줄도 다 뺐으니
오후에 가볍게 샤워하기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