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를 찾던 고스펙 여자 사람 이야기
“ 남자친구는 너무 착해요. 제 성격을 다 받아줘요. “
요즘 상담오는 여자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착한 남자친구’다. 이유 또한 대개 비슷하다. 자신의 변덕스럽고 예민한 성격을 받아주는 것은 처음이라고들 한다. 맞다. 요즘 여자들의 니즈 중 하나가 ‘착한 남자’다. 강압적이지 않고 다정하며 나를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 어찌보면 부당하게 구는 나의 성격적 결함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찾아온 여자고객 역시 그런 니즈에 맞춰 착한 남자친구와 연애 중이었다. 그녀는 높은 학력과 남부럽지 않은 회사에서 괜찮은 연봉을 받는 재원이다. 외모 또한 수려하여 지난 남자친구들은 늘 전문직이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사귀게 된 남자친구는 같은 회사 내 입사동기. 주변에선 그녀가 아깝다며, 연애를 말렸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지난 남자친구들은 항상 싸울 때마다 져줄 것을 요구했고, 자기가 일에 매진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고. 실제 그녀는 회사 내에서도 재원답게 야근이며 출장이며 늘 일이 많았다. 전문직이었던 전 남자친구들은 결혼을 들먹이며 좀더 워라밸이 좋은 곳으로 이직할 것을 권유하곤 했던 것이 싸움의 주 원인이었다.
비비드한 레드는 누구나 알 듯, 열정의 컬러다. 블랙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강박을 뜻한다. 거기에 지성과 이성을 뜻하는 비비드 블루가 합쳐진다면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라 워커홀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딱 그녀를 보여주는 컬러였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적도 많았다. 완벽을 추구하는 만큼 예민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캐릭터였기에 연애가 쉽지만은 않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는 그녀를 이해해주는 완벽한 남자였다. 자신이 회사에서 일 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고백해온 그는 그녀가 얼마나 예민하던간에 품어주었다. 되려 여자라고 못할 것이 뭐 있냐며 그녀를 두둔해주었다. 늘 질투와 시기 속에서 성장한 그녀에게 그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기존의 이상형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는 남자답고 진취적이며 리더십있고 좋은 교육과 직업을 가진, 나보다 모든 것이 월등히 나은 사람을 이상형으로 꿈꿨다. 그래서 그런 남자들과 소개팅했고, 연애했고 결혼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여성성에 지쳤다. 지금 남자친구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고, 우유부단하게 보여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자주 마주치며 겪어보니 리더십이 없다 생각한 점은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었고, 우유부단 한 것은 신중하기 때문에 그리 보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파스텔 민트와 핑크는 남자를 상징하는 컬러와 거리가 멀다. 그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에 질색을 표했다. 그만큼 그의 성 평등의식은 한층 높다고 보여졌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그에게 차츰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만 걸리는 것은 하나 데이트 통장이었다. 그는 자신은 지금까지 모든 여자와 데이트통장, 즉 반반 데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데이트도 동등하게 해야 진정한 성평등이 아니냐는 지론이었다. 그녀도 생각해보니 직장도 같고 나이도 같은 데다가 돈으로 어필했던 지난 남자친구들을 생각해보니 반반데이트가 정말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게 됐고, 1년이 넘게 사귀며 결혼 얘기도 오가게 된 시점에 여자 분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문제가 무엇인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둘의 니즈가 잘 맞아 떨어져 보이는데 상담을 요청할 만한 사안이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문제의 시작은 결혼얘기가 오가면서부터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인 그녀는 역시 그녀답게 미래의 청사진을 먼저 그리고자 했다. 둘은 아이계획에서부터 삐그덕댔다.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녀는 당연히 아이는 좀 미루고자 했지만, 남자는 빨리 아이를 갖길 원했다. 여자 나이 서른 하나. 미루면 노산이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집은 부모님 도움없이 반반 같이 투자하여 준비하기로 했는데, 혼수는 그래도 여자가 하는 게 어떻겠냐는 남자의 청천벽력같은 말에 그녀는 입이 벌어졌다. 원하면 같이 하겠지만 그러면 시어머니에게 점수를 잃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선심쓰듯 말하는 남자친구의 태도에 할말을 잃었다고. 그러면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면 성격 이상해진다고 애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지 않냐는 말에 그녀는 이 결혼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착해보이고 유연해보이는 파스텔 컬러 이면에 다크 버건디처럼 깊고 진하게 바뀌지 않을 전통적인 여성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가 결혼에서 그녀에게 원하는 모습은 기존의 남자들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지 않다. 따뜻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코랄, 파스텔 옐로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운 며느리, 스카이블루처럼 나랑 대화가 통하는 여자. 결혼에서 보여준 그의 이중적 잣대에 실망스럽고 망설여지면서도, 그동안 자신에게 한없이 아낌없이 잘해주었던 상냥하고 다정한 모습이 떠올라 쉽게 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남의 이야기라면 쉽게 그만두라 말하기 쉬우나 막상 몇년 간 사랑을 쌓아온 관계는 쉽게 끊을 수 없을 터. 그러면서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점만 빼면 완벽한 남자예요. “
연애는 늘 다른 사람에게 나를 어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이 정말 합이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합이 맞지 않는 것을 정에 취해 억지로 품으려고 하면 결과는 상처 뿐이다. 알아온 세월이 길다한들,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네이버 연애 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