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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Nov 14. 2019

완벽한 연애, 화이트

완벽함에 대한 강박

사람들이 이상형을 지칭할 때 쓰는 최상급 표현은 ‘완벽하다’ 이다. ‘완벽한 이상형’ . 이만큼 이상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연애를 꿈꾼다. 그런데 완벽한 이상형, 완벽한 연애란 존재하는 걸까. 


완벽하게 색을 재현했다?

이상형이나 연애 외에도 완벽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새로운 TV나 핸드폰이 나올 때면 많은 브랜드들이 ‘완벽하게 색을 재현해냈다’며 광고를 한다. 그런데 매번 완벽하게 만들었다면서 왜 그다음 신제품이 나오는 것인지. 완벽하게 색을 재현해냈다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모니터 상에서 완벽한 화이트를 재현하기 어렵다. 화이트나 블랙이 명암이지 색이 아니라고 한다면 또 모를까. 


완벽한 화이트? 

화이트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물감에서는 파운데이션 화이트, 실버 화이트, 티타늄 화이트, 징크 화이트 등이 있다. 팬톤 색채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팬톤 컬러에서 화이트를 검색하면 15가지가 넘는 색이 등장한다. 이 수많은 화이트 중에 어떤 것이 ‘완벽한 화이트’인가. 




최첨단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화이트라는 색 하나도 완벽히 구현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이트라는 색 인지는 인간의 눈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상황에 따라 순응한다. 노란 조명 아래에서 A4용지를 봐도 화이트라 하고, 형광등 아래에서 A4 용지를 봐도 화이트라 말한다. 사람마다 색각이 다 다른 것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평생 ‘완벽한 화이트’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 ‘완벽한 화이트’는 상상의 동물 해태급이다. 실존하지 않는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색이다.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완벽한 이상형은 섹시한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완벽히 섹시가 제거된 남자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상형과 완벽히 먼 타입이었다. 심지어 성향마저 정반대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남자와 결혼했다. 오히려 서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잘 지낼 수 있었다. 완벽함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람은 한명한명 각각 하나의 우주다. 아주 쌩뚱맞은 우주를 발견한 뒤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느꼈다. 완벽함에 대한 신화는 깨졌다. 


연애나 이상형에 엄격한 기준을 풀고 조금 더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여보길 권한다. 세상이 상전벽해하여 기준이 어지러운 때다. 그러나 상대에게 가드를 올리고 연애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 생각지 못한 곳에 길이 있다. 







네이버 연애 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컬러연애심리상담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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