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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Nov 14. 2019

30세 모태솔로의 문제

연애는 일단 시작이 반이다


“처음에는 남자분들이 다가오다가도 제가 마음을 표현하면 다들 떠나가버려요. ” 


서른 살에 모태솔로. 요즘같은 세상에 흔치 않은 일이다. 몇년 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많이 써먹던 소재라는 생각 뿐, 흥미로운 사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이은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 아마도 과거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랴. 


남자들은 진짜 나를 알게 되면 다 떠나. 


난 항상 사랑받고 싶었다. 내 모든 것을 품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자 했다. 진짜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항상 살갑게 다가왔다 차갑게 떠났고 나는 외로워졌다. 

이건 내가 외로운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내가 남자들이 이해못할 유별난 사람인 건가?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 상담자의 컬러 팔레트를 한번 보자. 





상담자는 티없이 맑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눈부신 옐로는 밝고 희망찬 성격을 표현하기에 알맞다. 비비드한 옐로그린 역시 상쾌하고 젊고 통통튀는 기운이 묻어나오는 컬러다. 비비드 그린은 또 어떻고? 건강함, 신선함, 자연을 의미한다. 어둠하나 찾을 수 없이 밝다. 그렇다면 그녀의 이상형은 어떻게 될까? 






컬러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핑크는 여자, 블루는 남자라는 인식이 고쳐야할 고정관념은 맞다. 그러나 컬러는 기호로써 우리의 인식을 시사하는 바도 크다. 현재 20대 이상 성인들에게 핑크과 블루의 고정관념은 유효하다. 그런 배경지식을 놓고 볼 때, 사귀고픈 남자의 컬러로 핫핑크 그것도 파스텔핑크와 함께 뽑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상형.. 사귀고픈 남자를 떠올리고 뽑아주신 거 맞지요? 

네. 이상형의 남자분을 막연히 생각했는데 저런 컬러가 뽑아졌네요.


눈에 띄고 자극적인 핫핑크, 따스하고 정많은 파스텔 핑크,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블루까지. 

자극적인 핫핑크를 떠올린 것을 보면 그녀는 재미있고 언변이 뛰어난 사람한테 끌릴 확률이 높다. 그런 남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높고, 대체로 여자와 오래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다. 남자가 처음 본 여자와 물 흘러가듯 이야기를 잘하고 공감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남자 또한 주변에 여자가 많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사람. 그러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대게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 아니던가. 

상상으로만 연애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이렇다. 현실 기반으로 사람을 찾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한다. 친구들, 직장에서는 꽤 괜찮은 사람인데 이성문제에서 유독 비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상담자가 싫어하는 컬러로 고른 것들이다. 따뜻한 오렌지, 딥 웜블루, 파스텔 민트. 그런데 희한하다. 


“전 평소 자상하고 푸근하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분을 만나고싶었습니다.”


상담자가 원하는 것이 이 팔레트 안에 전부 들어있다. 따스하고 정많은 오렌지, 깊고 따뜻하며 안정적인, 신뢰의 블루, 누구하고도 소통 잘하는 파스텔 민트까지. 믿음직스럽고 따뜻하며 정많고 안정감 있는 소통의 사람. 게다가 이 컬러 조합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며, 누군가가 골랐던 기억이 난다. 좀더 대한민국에서 많이 보았던 패턴이란 뜻이다. 


짝은 원래 뜻하지 않은 데서 만난다. 좀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만남의 기회가 주어진다. 연애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대개 기준이 높거나, 너무 까다롭다. 상담자는 상대가 나를 떠난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표정, 제스쳐 등으로 나에게 관심을 보인 상대를 쳐내는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뒤늦게 그의 호의에 마음이 동하지만 기차는 떠난 후다. 


아직 연애를 시작조차하지 않았다면, 이제 갓 깨어난 병아리처럼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이성을 바라보자.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스펙, 조건,나이 다 내려놓고 단순히 나의 끌림에 맡겨보는 것이다. 결혼? 아직 너무 먼 얘기다. 걸음마도 하지 않았는데 뛸 수 없는 법이니까. 








네이버 연애 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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