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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폭풍 꽃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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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Oct 06. 2024

남들이 좋다던 게, 나에게도 좋을까?

6화.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너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

소크라테스 (Socrates)


'그것'이 내게 찾아온 후 내 주변은 온통 좋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지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좋은 음식과 건강식품을 추천했고, 그 조언은 마치 금방이라도 나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마법의 음식처럼 나를 유혹했다.  병원 대기실에서도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조금이라도 백혈구 전사들이 빨리 돌아오는 음식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그 마법의 음식들을 섭취한 나는 백혈구 전사들을 빠르게 만날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좋았던 음식은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한 번은 닭발을 끊인 국을 먹으면 백혈구 수치가 빠르게 올라간다는 다른 환자의 정보를 듣고 '닭발 끓인 국'을 먹었다 심한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백혈구 전사를 만나기 전 저승에 갈 뻔한 적도 있었다. 저승 문 앞까지 다녀온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강렬하게 다가 온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나를 알아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은 참고만 할 뿐, 내 몸을 온전히 아는 것은 나뿐이다. 나는 더 이상 남들의 방법에 현혹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이 편안한지, 어떤 음식을 섭취했을 대 몸이 거부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과일 중에서 '참외나 수박'을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속이 편하지 않았고, '귤과 오렌지'를 먹으면 기분도 좋고 몸도 좋았다. '도라지 무침, 된장 찌개, 황탯국...' 내 몸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며 무엇이 나를 살게 하고,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지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엄마는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 잘 맞았고, 나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잘 맞았다.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몸이 약했을 때 그 음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몸소 체험했다. 


에픽테토스가 말한 '우리의 진정한 힘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미 내 몸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외부의 정보나 조언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몸은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고, 그 신호를 듣기 시작한 후 비로소 나는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음식을 넘어 이제는 나에게 어떤 환경이 편안한지? 무엇이 나를 활력 있게 만드는지? 어떤 사람과 만나면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받고 충전되는지, 방전되는지?  등등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남들이 제시한 방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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