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치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
"치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
"Healing begins in the mind, not in the body."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
수많은 의사를 만났다. 그들은 빠르게 나를 진단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치료법을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마치 실험대 위의 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말투는 차가웠고, 감정이 없었다. 진단과 치료는 메마른 자동 응답기처럼 흘러갔다. 나라는 사람은 그들에게 단지 '실험용 쥐'처럼 잘될 수 있지만, 나중에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안 될 아주 적은 가능성조차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몸의 고통만큼 힘든 것이 바로 그 의사들의 태도였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치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유독 병원 화장실에서 계속 보일 때쯤 봉샘을 만났다.
봉샘은 다른 의사와 달랐다. 그는 사람과 사람으로 나를 대했다. 그의 말투는 따뜻했고, 진단과 처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내가 겪는 소소한 문제에 대해 자신이 아는 의학적 소견으로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는 내가 항암 주사로 겪는 몸의 변화에 대한 불안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애썼다. 그도 어린 시절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나와는 다른 경우지만 내가 겪는 '불안'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몸의 문제뿐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진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나는 다시 차가운 의사와 마주해야 했다. 이번에는 그 차가운 의사들의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의 태도를 내가 바꿀 수 없으니 적극적으로 '진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수소문했다. 얼마 후 나는 고등학교 친구의 친오빠가 소개해준 의사를 만났다.
처음 만난 날, 약속된 대기 시간은 한 없이 길어졌다. 짜증이 밀려올 때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는 섬세하게 내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며 설명해 주었다. 지금 내 몸의 변화와 앞으로의 치료 방법.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선택권까지. 전문적이었지만 다정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 이런 의사 선생님이 존재한다니...
진짜 치료는 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이해한다. 모든 치료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