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딸보다 귀한 배추
"사랑은 때로 일상의 사소한 것들 속에 숨겨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을 잊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Love sometimes hides in the small, mundane things of everyday life. We may forget it, but it never truly disappears."
레오 톨스토이 (Leo Tolstoy)
항암 치료 9회 차에 접어들면서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나도 엄마도, 우리 가족 모두가 이 상황에 적응했다. 나는 병원에서 항암 주사를 맞고 나면 백혈구 수치가 500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는 규칙적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잠을 잤다. 엄마는 내 방에 들어와 열을 재고, 물을 가져 놓고, 가끔은 말없이 나를 지켜보셨다. 처음에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에 모두 크게 놀라 걱정하고 허둥지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불안 속에서 평온을 찾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불안정한 평온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절인 배추다.
어느 날, 나는 다시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엄마는 그동안 내가 응급실로 실려가면 껌딱지처럼 내 옆에 붙어 떠나지 않았는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뭔가 중요한 말을 해야 하는 비장함까지 보였다. "혼자 있을 수 있지? 엄마가 너 여기 올 줄 모르고 배추를 절여놨어. 요즘 배추가 금배추야?" 이 말을 남기고 엄마는 병원을 떠났다.
나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피식 웃었다. 갑자기 애정도 테스트에서 배추에게 밀린 기분이랄까? 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했을 때는 두부도 직접 만드시고, 옆을 떠나지 않으며 나를 돌봐주던 엄마가 이제는 절인 배추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치 '넌 이제 혼자 잘 해내고 있으니, 배추를 보살피러 엄마는 떠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떠오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인간은 습관의 산물이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세상 서럽게 우셨던 엄마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 옆을 지켰다. 그 사랑은 진심이었고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사랑은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극적인 감정 표현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