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핸드폰에 별 관심 없이 살던 나는 오랫동안 2G 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남의 일처럼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때문에 갤럭시탭을 구매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폰 4S를 사주었고,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다. 더 큰 용량을 사자고 했지만 그때의 나는 스마트기기의 성능이나 저장 공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2G 폰과 갤럭시탭의 조합은 꽤 만족스러웠다.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최고 사양이던 갤럭시탭은 사진을 공부하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사람들은 아직 작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나는 큰 화면으로 사진을 찍으며 은근한 우월감까지 느꼈다.
얼마 후 아들이 선배에게서 물려받은 아이폰을 내게 건넸다.
“엄마, 이거 써보세요.”
처음에는 기기 변경이 낯설고 혼란스러웠지만 딸과 아들의 도움으로 금세 적응했다. 사진을 찍고, 검색을 하고, SNS에 가입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갤럭시탭은 점점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폰의 배터리가 터지는 일이 생겼다. 놀랐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기계도 시간이 지나면 멈춘다는 것을.
이후 나는 아들이 쓰던 아이폰 7을 물려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톡만 되고 통화만 잘 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수업이 끝나면 나도 따라 그려보았지만 작은 화면 위에서 굵은 손가락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폰에도 펜슬이 있어?”
아들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없어요.”
어느 해 어버이날, 아들이 선물을 내밀었다.
“엄마, 이제 마음껏 그림 그리세요.”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이었다. 게다가 펜슬에는 내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다. 아이폰도 버거웠던 나에게 아이패드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 무렵 나는 유튜브 받아쓰기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는데, 아이폰으로 녹음하던 작업을 아이패드로 하니 훨씬 편했다. 그 후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며 아이패드를 생활의 일부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첫 월급을 받았다며 아이폰 12 프로를 사 왔다.
“배터리 빨리 닳으면 엄마 힘들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어느새 나는 집에서 가장 좋은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기기가 발전할수록 나 역시 함께 성장했다.
아직 모르는 기능도 많지만, 내가 필요한 대부분은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기기의 발전과 함께 나의 욕심도 조금씩 커졌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글을 쓰던 어느 날, 딸의 추천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던 내가 조금씩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카카오 광고가 붙었다.
조회수가 늘었다.
그리고 구글 애드센스가 일주일 만에 승인되었다.
조회수 2,285.
한 달 반 만에 180달러.
숫자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깨달음이었다.
디지털 기기와의 만남은 단순히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을.
2G 폰을 쓰던 사람이 이제는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로 향하는 나의 여정은
그 작은 버튼폰에서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