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동 안 했죠?

등산 준비운동 이야기

by 해윤이

2 주에 한 번씩 등산을 간다.

그런데 일주일은 열심히 운동하다가 일주일은 너무 추워서 안 했다.

토요일에 등산 가는 날인데, 목요일에 배추 12폭을 절이고, 쪽파와 갓을 다듬었다.

다른 때는 남편이 잘 도와주는데 배추를 너무 많이 사 왔다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속을 넣을 때는 남편이 앞에 앉아서 도와주려 했다. 그런데 몇 쪽 넣더니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그냥 쉬라고 하고 혼자서 속을 다 넣고 정리를 하고 났더니 새벽 3시였다. 배추 속이 모자라서 배추 1/4로 자른 쪽이 10쪽이 남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배추물김치를 하기로 했다.

금요일에 배추 물김치를 하기 위해 슈퍼에 가서 배를 사가지고 왔다 슈퍼까지의 거리는 왕복 30분쯤 된다. 돌아오는 길에 약수터에 들려서 약수도 떠왔다. 왜냐하면 물김치는 약수를 넣고 하면 더 시원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약수에 새우젓을 넣고 끓이고, 찹쌀풀을 쑤고, 육수도 만들고, 배와 양파, 무, 마늘, 생강을 넣고 갈아 국물을 만드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배추물김치를 담고 시계를 봤더니 오후 6시였다. 허리가 아팠다.

토요일 새벽 5시에 산악회버스를 타고 차에서 쪽잠을 자고 내려 산행을 시작하는데 옆짝이 컨디션이 안 좋다고 올라가지 말자고 꼬시는데 그냥 올라갔다. 어제저녁부터 아팠던 허리가 풀리지가 않았다.

오늘 산행이 힘들다고 했더니 옆에서 대장이 "운동 안 했죠?" 한다. 운동이 아니라 일을 많이 했다고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꼭 등산 가기 바로 전에 큰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산행을 하고 오면 한주는 쉬고, 다음 주는 어떤 일이든 시작을 한다는 것이 포착되면서 이번 주부터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장소를 물색했다. 차를 타고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뒷산 384개의 계단을 두 번 오르고 내리고 뒤쪽에 비슷한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비탈진코스들을 찾아서 오르고 내리기를 두 번씩 하면서 1만 보를 걷고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비탈을 찾아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이유는 백두대간길이 이렇게 오르고 내리는 길이 1,400m 이내의 산을 몇 개 지나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마을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둘레길 걷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어쩌다 동네친구가 운동 가자고 하면 조금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같이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운동이 힘들다고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운동화를 신는 순간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운동화를 신으면 뛰는 것과 걷는 것만 선택하면 되는데 운동화 신으러 현관에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 때가 있다.

오늘도 "운동 안 했죠?" 하는 소리 안 들으려고 산을 향해 걷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60대에 시작한 블로그로 바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