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산행 삽당령~대관령
등산준비물에서 무엇인가가 빠졌을 때 기분이 나빠진다.
무박겨울등산 가방 속에는 기본적으로 스틱과 아이젠, 스피치, 해드랜턴이 기본이고 생명수인 물과 간식, 안전을 위해 보조배터리와 모자가 필수다.
차에서 내렸을 때 강릉시 왕산면의 날씨는 바람도 적당히 불었지만 그리 춥지 않았다. 답당령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숙설이 있었다. 아이젠을 하자는 말이 없어서 그냥 걸었다.
워머를 목에 걸고 손수건으로 성냥팔이 소녀처럼 머리에 맸다. 손수건을 두른 머리는 추웠다. 그래서 바람막이에 달려있는 모자를 그 위에 썼다 버섯 다를 반복했다. 그러니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모른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까만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등산로 주변에는 눈과 성애가 해드랜턴 불빛에 비추어지면서 보석이 빛나는 것 같았다.
나는 보석으로 수놓은 양탄자를 밟고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등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순수한 영혼의 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
등산로의 눈은 적당히 미끄러웠지만 낙엽 속에 감추어진 얼음은 사고위험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앞뒤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젠을 하자고 누구도 말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듯했다.
잠을 못 자도 야간산행은 재밌다.
우리가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산속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보석이 반짝이는 듯한 길을 걸으며 정신세계는 등산보다 더 높은 곳으로 달려간다.
자연의 오묘함은 마음을 위로하고, 삶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치유한다.
얼마나 큰 보상을 자연으로부터 받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화란봉에 도착했을 때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나의 짝 도우너가 미끄러져서 다쳤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눈이 있는 산에서 아이젠은 필수인데 다들 안 하고 가서 누군가는 다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모두 아이젠을 착용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그러고 마음은 도우너에게 가 있었다.
후미대장이 도우너를 택시 태워서 차로 보냈다고 했다. 도우너의 상태를 물어봤다
넘어진 충격으로 팔과 발목이 약간 부었다고 했다. 혹시 부러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지만 잘 걸어서 닭목령까지 온 것을 보면 타박상 같다고 했다. 다행이다.
능경봉에 도착했을 때 남자분들이 떡과 돼지머리고기를 자르고 있었다.
산제를 지냈다고 한다.
올라오는 등산객들 모두에게 떡과 머리 고기를 주신다.
나에게도 떡과 머리 고기를 한 점씩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팠는지 참 맛있었다.
능경봉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멀리 보이는 강릉시내도 바라보고 마지막 봉우리에서 잠시 쉬었다.
떡한쪽과 머리 고기는 속을 든든하게 해 줬다. 그분들은 40년 동안 친구분들과 산제를 꼭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등산하는 동안 비가 한 번도 안 왔고, 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나는 갈 준비를 마치고 그분들께 늘 건강하시하고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9시간 45분 걸려서 내려왔다.
대관령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가 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