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고개 ~소황병산~대관령~선자령
새벽 2시
차창으로 보이는 창밖풍경은
눈이 많이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조금 더 올라가니 눈이 계단을 차지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눈이 손잡이 위까지 쌓여 계단이 아닌 줄 알았다
그래도 노인봉까지는 길이 있어 좋았다.
비탐구간은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표시도 없어
앞사람이 밀고 지나간 나뭇가지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린다.
스틱을 눈에 꽂으면 스틱이 멈춤 없이 들어간다. 도대체 눈이 얼마큼 온 걸까?
눈은 살얼음 얼은 듯 위가 살짝 얼어있었다.
나는 눈 위를 걸어간다.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다. "아이코." 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면 눈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
내 몸이 가벼워 눈 위를 걷는데
그의 몸무게에는 눈이 이기지 못하고 허벅지까지 눈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없어 여러 번 알바(길을 잃고 헤매는 것)했다.
여명이 밝아오고 겨울나무들의 늠름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무숲이 우거진 길 없는 길을 찾아 비탐구간을 지나간다.
소황병산 앞에 선 대원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감격해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로 뛰어다닌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풍경에 황홀해할 시간도 여유롭지 만은 안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난다.
비탈길이 나오면 걸어보지만 발이 빠져 허리까지 들어간다. 이럴 때엔 미끄럼을 타고 내려간다.
순간 모두 아이가 된 기분으로 즐겁게 산비탈 길을 소리치며 미끄러져 내가며 잠시 동심에 빠져본다.
매봉에서 비탐구간은 끝나고 아름다운 대관령이 펼쳐진다. 눈에 빠지고 잔 나뭇가지에 찔려도 비탐탈출은 참을만하다.
대관령 목장과 어우러진 풍경은 알프스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눈 밭에서 사진도 찍고, 발걸음은 가볍게
양 뗏목장을 지나 선자령으로 발길을 돌린다.
언덕 위에 아빠와 아들 둘이 돌 위에 앉아 있다.
작은 아이가 나를 보며 "저 쪽 좀 보세요." 한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대관령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멋지죠?"
"그래, 고맙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해 주어서."라고 말을 하는 순간 눈은 멋진 풍경을 보며 아이의 가슴 뛰는 심장 소리를 훔친 듯 기분이 묘했다.
또 나는 나의 길을 걸어 선자령에 도착,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앉아서 따뜻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사진 속에 기록을 남기고,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과 비박을 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숲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