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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Backstage Oct 22. 2023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질문하는 예술_동화 속 주인공

골프장에서 라운딩 하기 전에 몇 분 단위로 있는 참가자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카트가 여러 대 줄지어 늘어져있다. 본인의 티오프 시간이 되면 각자의 골프백이 실린 카트가 출발을 한다.  내 골프백이 실린 카트는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다 보니 눈에 띄는 골프백이 하나 있었다. 새하얀 골프백에 클럽마다 인형으로 화려가게 커버된 채 주렁주렁 인형들이 달려있었다. 그 골프백의 주인은 60대 정도로 보이는 어머님이셨다.

인형이나 깜찍한 것을 좋아하는 건 10대 20대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나로서는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다. 하지만 나 또한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비주얼에 이유 없는 끌림이 느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본능적으로 즐거웠던 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상사한테 온갖 비아냥과 잔소리를 들을 때면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매달고 여름휴가 때 다녀온 해변가를 걷는 상상으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교하는 걸 보고 놀래서 물으니 학교 앞 솜사탕 파는 아저씨가 안 보여서 속상하다는 것이다. 어릴 적 우리의 걱정과 고민은 장난감을 찾을 수 없다거나 솜사탕의 달콤함을 맛볼 수 없게 되는 것 들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장난감이 제자리에 있고 가끔 달콤한 간식만 있으면 행복함을 가득했던 시간들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며 즐겁고 행복한 것들은 잠시 뒤로 미루게 된다.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행복이 올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해 보지만, 그다음에 해야 하는 일들이 올뿐이다. 


퇴근길에 제프쿤스의 "벌룬독"을 만나고
집에선 카우스의 "컴페니언"이 날 기다리고 있다면 어떨까?


 
제프쿤스의 ballon Dog (벌룬독)

제프쿤스의 풍선강아지 작품을 보는 순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긴 줄을 기다려  풍선아트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길쭉한 풍선을 쭉 불어놓고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여기저기 비틀어도 온갖 모양을 만들어내던 손끝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다. 내 강아지 꼬리가 더 길게 표현되었는지 동생이 가진 풍선이랑 비교하던 기억으로도 즐거워졌다. 터질까 조마조마 집까지 안고 오던 그 강아지가 거리에서 거대하게 커진 모습으로 퇴근길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까? 영상으로 만난 벌룬독은 마치 내게 남아 있는지 조차 몰랐던 나의 순수함이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쌓여 있다가 거대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난 듯했다. 비록 영상으로 만났지만 말이다.


kaws의 companion (컴페니언)

카우스의 작품 캐릭터는 표정을 알 수 없는 X자와 눈, 혹은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아직 마음은 미키마우스 몸처럼 동심 그대로인데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축 늘어져있거나 마치 울고 있는 듯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외롭고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고 싶다는 카우스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퍽퍽해진 얼굴을 마주할 때면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 삶이 팍팍해졌다 싶다. 오늘도 잘 버텼다 마음 도닥임이며 애써 창가에 비친 시선을 외면하곤 한다. 사람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나이 들지 않고 어느 한순간 문득 나이가 든다 했던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어느 순간 시간이 점프업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걸 느낄 때면 또 불안이 엄습해 온다. 갑자기 또 시간이 훌쩍 뛰어 넘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나이드는 것이 두려운 걸까?  각자 다른 이유겠지만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어린 시절 큰 걱정 없이 모든 것을 밝게 바라보는 천진난만함이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그 낭만과 순수함이 모조리 다 없어질 것 같은 불안함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의 순수했던 그 시절의 마인드를 간직할 수는 없을까?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을 때 환경을 먼저 바꾸라는 말처럼 그때 기억을 회상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예술품들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환기요법이 될 것이다. 제프쿤스와 카우스의 작품들이 연일 경매가를 갱신하는 이유는 그 작품 안에서 찾고자 싶은 혹은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가격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린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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