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예술_삶의 양면성
이게 정말 진짜 나(그)라고 생각해?
역사적으로 철학가와 종교학자들이 사람의 약점을 '죄악'의 집합으로 분류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7대 죄악으로는 '교만, 나태, 식탐, 분노, 시기, 색욕, 탐욕'으로 언급된다. 이 죄악을 우리는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범죄자나 일부 악인들이 주로 저지른다 생각하곤 한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며 존경받는 간디는 무저항 비폭력이라는 슬로건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서민보다는 부유층과 상위계급에만 호의적이고 카스트 제도 철폐에는 무관심했을 뿐 아니라 흑인보다 인도인의 우월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교만함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어머니로 알려진 헨델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성격이 불같아서 참을성이 별로 없었다. 또한 엄청난 식탐으로 인해 비만의 합병증으로 당뇨와 백내장으로 고생했고 백내장 수술을 받고는 실명했다. 마티스보다 따뜻하고 피카소보다 감각적인 예술가라 칭송받는 마르크 샤갈은 시기심이 높았다고 한다. 평생 동안 여러 거처를 옮겨 다니며 작품 활동을 했는데 간혹 옮긴 집에 다른 예술가의 작품이 걸려 있으면 바로 내다 버렸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거는 것조차 용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장 파블로 파카소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여성편력으로 유명했고 색욕을 통해 예술을 완성시켰다.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이자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아 신대륙을 탐험하게 된 콜럼버스는 본인이 발견한 신대륙이 인도라 믿었고 금과 향신료를 구하지 못하자 이성을 잃고 원주민을 고문과 학살로 탄압하였다. 또한 이사벨 여왕이 지원해 준 것에 비해 신대륙에서 가져온 것은 별로 없었던 그는 자신이 정복한 땅의 총독 자리를 요구하고 해군 제독이라는 지위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세습시켜 달라고 까지 요구하며 탐욕스러운 생을 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사의 각 분야별로 큰 업적을 이룬 인물들이라는 공통점과 어릴 적 우리가 위인전으로 만났던 인물들이다. 그들이 살아온 생애 중 큰 업적을 이룬 단편적인 부분만을 두드러지게 써 내려간 위인전에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양면성을 알게 된 성인이 된 지금, 오히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건 왜일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꽤 오랫동안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점 투성이 인 것은 나뿐 아니라 수많은 위인들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삶의 단상들이 전부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보이는 것 이면에 다른 모습도 존재한다는 걸 하나씩 이해하고 깨달아 가는 동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바라보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그렇다. 이 작품은 믿기지 않겠지만 핏빛의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괴로워하는 인물을 묘사한 그림 '절규'로 유명한 작가 뭉크의 작품이다.
뭉크는 오슬로 대학교에서 대형 벽화를 작업을 맡게 된다.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어 했던 그는 슬픔과 고통이 아닌 긍정과 희망을 그리게 된다. 폭발적으로 밝고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데 바로 ‘태양’이라는 작품이다. 뭉크가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데 된 것은 ‘태양' 작품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며 노르웨이 화폐 중 1,000 크로네 뒷면에서 환하게 비추고 있다.
평소 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은 뒤 그린 그림이라는 것에 더 찬란하게 느껴진다. 슬픔이나 고통이 깊을 때 작은 한줄기 빛도 강렬하게 느껴지곤 한다. 어둠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희미하더라도 한 줄기가 되어주고픈 그의 마음이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깊은 고독에 침잠했기에 그 너머의 희망을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의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 화가가 될 수 있었다. 저 밝은 태양이 환하게 발광하기까지 얼마나 어두운 밤을 기다려야 했을까! 환한 빛 뒤의 어두움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어두움 곳에서는 곧 밝음이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양면의 동전처럼 양면은 언제나 함께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말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가 보고 겪은 것 외에 생각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높은 위차에 있어 대단하다고 굽신거릴 필요 없고, 내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어느 시점에 우리는 전혀 다른 면을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 항상 노력하되 겸손하고 절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없는 7대 죄악 '교만, 나태, 식탐, 분노, 시기, 색욕, 탐욕'으로 곤경에 취하는 경우가 생긴다. 상대의 일부분만 보고 혹은 내가 처한 한시적인 상황만으로 평가하려 들진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정말 진짜 나(그)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