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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자질 그 너머

by DesignBackstage

디자이너니까 이것 좀 봐주세요, 와 확실히 디자이너라서 다르네요!

디자이너니까 좀 다를 것 같아요.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들어봤던 말들일 것이다.

분명 뉘앙스에선 스페셜리티가 묻어나지만 명확하게 디자이너라서 어떻게 다르고 차별화되는 건지에 대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과연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 이들일까?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5글자로 답해달라고 요청을 해봤다.

디자이너는 OOOOO

현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점점 어렵다" "평생 숙명임" "조건 맞춤 업" 등등 현실 지각 키워드들의 등장이 흥미로웠다. 시각디자인과 1학년 학생들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들은 디자이너의 자질을 명확 인지하고 있었다.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정의한 디자이너의 정의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분야를 유려하게 미화하는 자들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자질에서 심미적인 부분은 일부분일 뿐이다. 학생들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소비자의 생각을 읽고 정리하여 전달하는 법, 그들의 니즈를 출력해 내는 능력,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는 법,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창조하는 일, 소비자와의 공감을 하는 능력,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콘텐츠로 만들어내고, 마음을 읽을 줄 알며, 관찰하고 새로움을 발견하여, 새로움을 기획하는 자.

사실 그들이 답한 5 글자 속에 답이 있었다.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은 디자인의 정의이다.

디자인의 어원을 살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워진다.


라틴어의 어원인 Designare [데시그나레]는 계획하다, 지시하다는 의미의 De와, 상징 혹은 기호를 나타내는 Signare의 합성어로 계획을 상징이나 기호로 나타내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어인 Desegno [디세뇨]는 이탈리아 미술이론가 란치오티가 거론했던 말로, 그의 저서 회화 개론에서 "회화를 위한 계획, 즉 밑그림"을 의미했다.


디자인의 어원에서 의미하는 디자인의 의미는 설계하다 /안(案)을 세우다/ 밑그림을 그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화를 담당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각화된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프로세스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자인 평론가 존해스캣 이를 한말이 모든 걸 설명해 주었다.


“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
디자인이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디자인(계획)을
디자인‘(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기획하는 자를 말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화를 담당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각화된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프로세스 전반을 뜻한다. 츠타야 서점의 대표이자 지적 자본론의 저자 마스다무네야키는 지금이 시대를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 시대 말하고, 여기서 무네야키가 말하는 디자인이란 기획자라 일컬었다. 갑자기 기획하는 자라고 하니 나는 디자인을 어떻게 하고 잇던 것인가 돌이켜 보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비 디자이너의 경우 본인이 생각지 못했던 키워드에 적잖이 당황했을 수 있다. 우리가 기획이라 따로 부르지만 않았지, 사실 모든 디자이너들에겐 기획하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남들과 다른 것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고, 주변 환경에 민감했으며 같은 현상을 바라봄에 있어서도 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존에 없는 제품을 혹은 콘텐츠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현실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 모두가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영업사원들과 마케터 MD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디자인실을 찾아올 때가 있다.

공통점은 문제가 생겼을 때였다. 항상 상기된 얼굴로 다급하게 찾아왔다.

때론 예산이 부족해서, 때론 잘못된 결과물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족 이슈로, 경쟁사의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왔을 때도, 뭔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찾아온다. 그럼 우린 또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된 계획이라면 문제도 없겠지만 생각지 못한 외부환경, 혹은 사내 정치적인 이슈 등 담당자들의 능력에서 벗어난 일들도 허다했다. 같은 브랜드 담당자로써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디자이너가 기획을 했기에 모든 제작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디자이너는 OOOOO에서 나의 정의는 "문제 해결사"였다.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선 제품의 기획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경험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한 번쯤 관심 있게 살펴보는 건 어떨까! 그 제품에는 디자이너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많은 기획안과 제작과정의 오류들을 그 수없이 거쳐서 탄생한 것 들이다. 디자인 과정에 대한 유추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디자이너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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