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을 가진 모든 이에게
저는 약 7, 8년간 시험관 시술을 8차례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유 없는 난임과 또 이유 없는 유산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정말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에 서서히 잠식되어버리더군요. 다른 사람은 참 쉽게 가지는 아이를 나만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이, 어쩌면 나는 영원히 아이를 낳지 못할지 모른다는 비관이, 나의 인생만 왜 이리 가혹한가에 대한 원망이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잡아먹어 버렸습니다.
유독 좁았던 아줌마 사회에서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모임에서 소외가 되거나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자격지심에 점점 주눅이 들었었습니다. 따뜻하게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던 친구들은 저보다 늦은 결혼에도 먼저 출산을 하면서 제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기 시작했고, 저도 괜찮은 척 굴었습니다. 시험관이 실패할 때마다 제 탓한 번 안 하고 괜찮다는 남편이었지만, ‘다음에 또 하면 되지’라는 말이 더 제 탓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서히 그렇게 조용히 저는 비뚤어져 갔습니다. 어떤 사이나 관계에서도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고, 내가 바라보는 눈, 듣는 귀, 말하는 입 그리고 생각하는 마음 모두가 꼬이고 거칠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더군요. 그전에는 그토록 위로가 되었던 책이나 강의들이 어쩜 그리 위선적이고 거짓같이 들리던지요. 밑줄 긋고 보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히려 따가운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그즈음 만났던 책이 <왓칭>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고, 양자 물리학의 ’관찰자 효과‘로 미립자 나아가 우리 삶까지도 바라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왓칭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물이 글자를 읽을 수 있을까?
저명한 에모토 마사루 박사의 실험을 보자. 한쪽 유리병에는 물을 담아 ’사랑, ‘감사’ 등의 단어를, 다른 병에는 ‘증오’, ‘악마’ 등의 단어를 붙여놓고 한 달 뒤에 입자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사랑, ‘감사’ 유리병의 물은 반짝이고 아름다운 형태의 결정체로 변해 있었던 반면, ‘증오’, ‘악마’의 물의 결정체는 기형적으로 일그러저 있었다. 물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만물의 최소 구성은 미립자이다. 미립자들은 우주의 모든 정보와 지혜, 힘을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알갱이들이다(하이젠 베르크, 노벨 물리학 수상자). 미립자는 실험자가 생각하는 대로 변하므로(관찰자 효과),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세상의 어떤 만물 역시 내가 바라보는 대로 변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사실 같은 맥락일 겁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과학에서는 실험과 증명으로 입증된 사실들을 마음 관련 책들에서는 좀 더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포장을 하는 차이이겠지요.
마음이 가난해지면
내 편을 가지지 못하면, 더구나 나 자신조차 내 편이 되지 못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성격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넘어 인생 자체가 지옥으로 바뀌게 됩니다.
무엇보다 슬픈 일은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입니다.
혼자 삐뚤어지는 것도 버거운데, 마음이 가난해지면 그 누구와도 같이 걸을 수 없습니다. 타인의 아픔도 기쁨도 같이 나누지 못해, 하나둘 씩 모두 떠나가 버리는 것이지요. 더구나 가난해서 나눠줄 마음이 없는 건데, 점점 가난해지기만 합니다.
인생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혼자서도 야무지게 잘 사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공부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 세상에 양자영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단언했다고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아주 보통의 사람이 어떻게 양자물리학을, 인생을 설명할 수 있겠냐만은.
생각이 깊고 선명하면 형성되는 이미지도 선명해지고, 의식 저 밑바닥에서 우리가 이렇게 깊게 바라볼수록 미립자로 이뤄진 이 세상에도 그만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죽을힘을 다해야겠지만,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다 보면 우리의 생각도, 마음도,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같이 살아가는 법을 알게되지 않을까, 흥미롭고 신뢰가 가는 수많은 과학 이야기들이 하루하루 살아내고자 애쓰는 한 사람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탄소는 자립적 대칭성 깨짐을 통해 사람이 될 수도, 흑연이 될 수도,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일어날 일은 일어난다_박권>”
원소의 물리화학적 특성은 전자가 핵 주변에서 어떻게 양자역학적으로 공명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마치 어린왕자가 특별히 여기는 장미처럼, 원자의 미묘한 차이와 원자간의 미묘한 결합이 어떤 물질을 특별하게 만든다.
저렇게 작은 미립자도 혹은 원소도 의지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고,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면
나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살아야할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묘하게 설레이는 이 기분을
과학 이야기들을 통해 느낍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제대로 맞는지 조차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맞다고 믿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은 압니다.
저와 같이 과학책, 읽어보시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