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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토 Nov 17. 2024

기도 같은 소리 하네

그럼에도, 저는 기도를 합니다


















기도 같은 소리 하네, 야, 기도로 다 될 거 같으면, 가난이 어딨고, 불행이 어딨고, 이 세상에 안 될 일이 어딨어.

왜 그 수많은 사람이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데.

다 종교인들이 만들어낸 헛소리야. 사기라고.     



다름 아닌 제가 다 안다고 자만했던 시절, 기도를 권유하던 친구들에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내뱉었던 말들입니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저는 지금,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 집안이었고, 그마저도 신실하지 않아서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또 기질이나 가족의 성향상, 비판적이고, 부정적이고, 염세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10여 년 전 세례만 받았지,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고난들을 겪다 보니 삶이 내 맘대로 안되는구나, 인간이 아닌 형언할 수 없는 힘 즉 신이라는 존재가 있을 거 같아 종교를 가지기는 했지만. 종교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혹은 삶이 신의 은혜로 가득한 것이,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 정직한 마음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지금,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도한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 줄 거라 믿지도 않고,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만,

기도를 하기까지 한 사람의 희망과 노력, 간절함과 정성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모이다 보면 단 한 순간이라도 안녕과 행복으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아주 미약할지라도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삶까지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기도에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어쩌면 또 어느 날, 다시 기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애가 타도록 간절하게 기도를 하는데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이뤄지지 않는다고 상처받고, 서운하고, 절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에 버림받은 것 같은 비참함에 빠지면서 기도는 무슨,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가장 절실했을 때 했던 기도의 시간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상상도 못 할 고통에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이는, 그런 지옥 한가운데 있었을 때 했던 기도. 그저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어 기도했었지만, 온통 불신과 원망뿐이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희망을 붙들고 간신히 이어갔던 기도. 그리고 결국에는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기도. 그런데도 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다 이루어진 거 같은 거짓말같이 느껴졌던 그 기도.          

그랬습니다. 진짜 이거 하나만은 꼭 들어주세요, 빌고 빌었던 그 하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몰랐습니다. 끝이 없는 동굴인 줄 알았는데, 그저 요원한 한 터널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가만히 뒤돌아보니, 그렇게 되려고 그랬구나, 그렇게 자랐구나, 그렇게 단단해졌구나 그리고 다 지나가는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어느 찰나, 오더라는 것을 말이지요.          




“첫 번째 화살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맞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고, 두 번째 화살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신적 고통입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그 자리에 두 번째 화살이 꽂히면 아픔은 두 배가 아니라 열 배로 커집니다. 우리의 상상과 염려로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와서 우리를 해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지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저의 경우에 삶이 고난의 연속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살아나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우리의 바람이 분명히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난을 겪으면 겪을수록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실은 고난 그 자체보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를 합니다. 집중하는 마음이 겨우 1초일 뿐이라도, 그렇게 1초씩 조금씩 모아, 숨을 쉬고, 눈을 뜨고, 그중에서 조금이라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도, 기도의 힘을 믿는지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내 안의  슬픔과 절망과 미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실낱같은 희망에라도, 저는 모든 것을 걸어볼 것입니다.

넘어져서 울기만 하기보다, 흉하더라도 어떻게든 나를 일으켜 한 발짝이라도 디뎌보는 것, 그것만으로 저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발을 또 내딛어 볼 것입니다.



                                                                                                                                            

걸으며 하는 기도     

마음은 만 갈래로 흩어지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     

평화로이 걷고 있네     

발걸음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발걸음마다 한 송이 꽃,     

-틱낫한 기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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