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Feb 27. 2024

마리오네트를 움직이는 건 누구일까

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는 소설 속에서는 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작품 속에 있는 캐릭터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절대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웹소설을 쓰고 있는 작은애와 대화하는 어느 날 일이었다

"소설 마무리 했어?"

"아니, 이야기가 끝나지가 않아."

"어? 왜? 그냥 네가 끝내면 되는 거 아냐? 네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니까

네가 맘대로 끝내면 되는 거잖아”

"아냐, 엄마 어떻게 내 맘대로 끝내. 사람이 갑자기 성격이 바뀔 수가 없는 거잖아 그러려면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야 하니까."

작가가 마음대로 소설을 끝낼 수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물을 만들어 내는 이도 작가이고 그 인물이 일어나는 사건들도 작가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었나? 인물 성격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고 그 인물의 감정으로 인해 사건의 발단이 시작하게 된다. 처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건 작가이지만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첫 소설을 출간하고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출판사와 계약을 끝내고 마지막 부분만을 남겨둔 채 작은애는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신경정신과 병원과 심리상담소를 오가며 치료했다. 나와 딸은 우울증이라는 병을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매일 약을 먹으며 상담도 빠지지 않고 다니는데 나아지는 가 하면 다시 무기력상태가 오거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그림도 다시 그리고 피아노도 다시 쳐보기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노력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

 “엄마, 글을 쓰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그런데 그 행복감을 다시는 느낄 수가 없다는 게 슬퍼. 엄마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유흥도 안 하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힘든 걸까?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체력은 약한 걸까?”

 “네가 소설을 쓰면서 주인공을 네 맘대로 움직일 수 없듯이 하나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너에게 멋진 인생을 주고 싶은데 네 성격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잖아 그 고난을 이겨내야만 길이 있는 게 아닐까? 네가 소설 속 주인공을 해피앤딩으로 끝내기 위해서 주인공에게 고난과 위기를 만들어 전개하듯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너의 재능을 쓰게 하려고 하시는 건  아닐까?

 그 길이 행복한 길이니까 이 고통이 얼마만큼이고 길지는 하나님께서도 모르고 계실 거야.  빨리 네가 이겨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안타까워하면서 보고 계실 것 같아. 갑자기 기적을 일으킬 수 없는 거잖아. 네가 쓰고 있는 픽션에서도 기적은 함부로 쓰지 못하는 마술인데 하나님이라고 현실에서 아무 때나 기적이라는 마법을 일으킬 수 없지 않을까?”

신이 만든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될지 쓰다만 소설이 될지 그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딸이 주인공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고통을 주고 위기를 맞닥뜨리게 하는 거처럼 나에게 온 고통과 고난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다음 장은 달라지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딸이 소설을 자신 마음대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힘들 때마다 기도하면서 내 기도만 들어주지 않는다 불평 불만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본다. 나에게 닥친 일들을 회피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뀌기 만을 기도했던 건 아니었는지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고통도 내가 만든 것이었고 행복을 느끼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과거의 고통과 갈등들 속에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행복의 부피는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줄 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와 함께 비를 맞고 걸어갈 때 커진다는 걸 알았다.

성급했던 성격으로 바로 닥친 일만 생각하고 행동했던 내가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나에게 오는 관계의 갈등이나 사건들은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견고해지고 단단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리오네트를 만들어 내는 건 사람이고 인형술사는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한다. 실에 매달려 열심히 춤을 추다가 어느 순간 실이 끊어지면 그 실을 연결시켜야 하는 건 인형술사의 몫이다.

마리오네트는 실을 찾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마리오네트에게 실의 연결은 기적인 것이다.

우리에게도 신이 불어넣어 주는 영혼의 끈을 놓치게 되면 고통이 따르게 되고 그 끈은 내가 계획한 인생이

아닌 신이 계획한 인생으로 살아가다 보면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연결된 끈은 우리 인생을 다시 춤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도 스스로 마리오네트의 끈을 찾아야 할 테니 신경정신과에서 준 처방 한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재활한다 생각하면서 산책도 하고 햇빛을 자주 보러 가자고 작은애를 다스려본다.


이전 10화 괜찮아, 좀 쉬어 가도 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