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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05. 2024

남자가 준 두 번째 꽃다발

첫 사윗감을 만나다.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큰 딸의 결혼을 앞두고야 생각하게 된다.

철없던 시절 장난 삼아 나갔던 소개팅으로 인해 사랑과 연애가 무엇인지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져 큰 딸을 임신하게 되고 결혼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버렸었다. 그래서 딸들은 다양한 사람과 교재도 하고 젊고 예쁜 20대를 자신의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뿌듯함도 느끼며 살아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어느 날 큰애가 “엄마 결혼 적령기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해왔다. 딸들이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 철없는 엄마는 그때서야 딸의 나이를 계산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이 있다는 것 또한 실감이 나지 않고 딸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또한 어색하다. 내 나이는 지금 어느 때에 냉동이 되어 있는 걸까 큰 딸은 친한 친구들이 한 명씩 결혼을 하기 시작하니 자신도 결혼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자꾸 고민한다. 딸이 1여 년을 만나고 있는 남자애가 있다.


“이제 네가 만나는 오빠를 엄마에게 소개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결혼을 고민할 정도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안 뒤로 어떤 상대인지 알고 싶었다. 오랜만에 주말 오후에 단장을 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큰딸이 작년가을에 백화점에서 사준 감색 원피스을 입고 머리도 평소보다 세팅기로 볼륨을 줘 본다. 진한 화장은 과 해 보일 듯해서 가볍게 팩트만 바르고 입술색과 비슷한 색감의 립스틱을 발랐다. 집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딸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움직이는 사이로 맞은편에 서있는 남자애가 보였다. 손에는 노란색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주차장문이 스스륵 열림과 동시 남자애가 먼저 내가 나오는 인기척을 느낀 모양이다. 큰 애가 머리가 휘날리듯 고개를 돌리며

“엄마? 오~ 내가 사준 원피 스네. 예쁘다. 오빠가 엄마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꽃다발 사 왔어” 수줍게 고개 숙이며 내미는 꽃다발을 천천히 손에 받아 들었다. 큰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번 봤었기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웃는 인상에 호남형이었다.


어떤 질문을 해야 상대를 파악할 수 있을까?

첫 만남으로 딸이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알아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가볍게 이야기를 끌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왜 딸을 좋아하게 되었냐는 질문부터 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생각과 삶에 대한 통찰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고 항상 밝은 모습에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큰애는 발랄한 성격이다. 한마디로 요즘 말하는 인싸 중에 인싸이다.

생일인 달에는 딸의 문 앞에 문크기만큼의 택배가 쌓이곤 한다. 그만큼 관계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많았다.
 커피와 빵을 주문해서 나란히 들고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 있는데 이제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구나.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딸이 기특하면서도 내 곁을 떠난 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결혼적령기가 여자의 출산과 이어져야만 할까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고 출산 후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젊은 나이에 결혼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난자 냉동보관도 있지만 출산 후 산모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개선이 되면 좋을 듯하다.
 결혼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버린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또한 애완견을 키우듯 아프고 병이 들면 내다 버릴 수 없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하여 어린 자녀를 두고 이혼을 하는 젊은 부부들을 보면 서로 아이들을 키우기 싫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깝다. 할머니에게 맡겨져 부모와 상담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아이입에서는 “아빠는 아빠집에 갔어요” 자신과 아빠가 사는 집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아이는 집에서는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는 자신이 사회에서 약자가 되는 기분이 들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혼 또한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일이기도 하지만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책임도 가져야 하는 게 결혼이다.
 
 “엄마, 이번 명절에 오빠네 가족들 뵙기로 했어. 그리고 오빠가 명절 전에
 엄마랑 함께 점심 먹고 싶다고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여쭤보라고 했어”
 “명절에 부모님들 뵈러 간다고? 누나들도 있다며? 너 떨리지 않겠니?^^”

“뭐가 떨려. 그분들만 나를 보는 건가 나도 그분들 보는 면접관이지”
 맞다. 시댁 가족들이라고 어려워만 하고 내가 잘 보여야지 하는 자세보다 나와 같이 살사람의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지켜보는 게 먼저였던 것이다.
 시댁이라면 무조건 고개 숙이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큰애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흐르러지는 꽃다발을 가지고 먼지 하나 없이 햇살에 빛이 나는 남자애 차량 뒷좌석에 앉았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에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말을 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딸이 내 차를 가끔 가지고 나가서 데이트를 하는데 차량 관리를 안 하고 타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이었던 부지런해야 하고 내적이든 외적이든 자기 관리는 잘하는 사람이면 합격이다.


 부부는 종속관계가 아니다. 가부장 적인 관계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장 바라는 건 부부가 서로 성장하며 응원해 주고 살아가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가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로 서로가 만나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관계라면 최고의 관계 최고의 부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엔 올 때 꽃 비싸니까 작은 화분 하나면 된다고 그래~”

나는 젊음 남자가 준 두 번째 꽃다발을 화병이 꽂으며 예쁘게 데이트하는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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