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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Feb 24. 2024

글쓰기는 디테일이다.

햇살 사이로 공기를 거슬러 날아다니는 작은 먼지들이 춤을 추는 섬세한 움직임을 스냅사진 속에 담아낼 수 있을까. 창가에 하얀 어린아이 속살처럼 부드러운 시폰 커튼 줄기를 타고 미끄러지는 따스한 공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그리움을 타고 모락모락 올라가는 예가체프의 향은 요술램프를 쓰다듬듯 나의 코등을 간질거려 추억의 부스러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 책장을 넘기는 손등 위로는 꽃향기에 실려온 바람이 솜털을 애무한다.

잠시,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자락의 사각거림과 봄바람에 몸을 맡겨본다.




사진 속에서 담을 수 없는 그날의 감정을 박제시킬 수 있는 건 글쓰기이다.

그 감정의 섬세함을 담아내는 디테일이다. 행복했던 순간의 몇 초 몇 분의 감정을 담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나는 스트레스 방법 중 하나가 몰입 독서였다.

아포리즘이 있는 문장을 만나거나 나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문장들을 노트에 필사하며 읽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은 나를 위로해 주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데 글쓰기를 하면서 책 읽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문장하나하나를 보게 되었고 내가 어떤 문장에 감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글을 보면서 "참 잘 썼다" 하며 감탄을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묘사였다. 묘사의 힘은 읽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했다. 묘사는 나의 감정과 내가 본 사물들의 명암을 줄 수 있었다. 글쓰기는 디테일이었다.

Tmi가 아닌 디테일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듯이 글을 쓰는 건 읽는 이를 피로하게 만든다.

하지만 장면묘사, 상황묘사, 심리묘사는 글 속에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머릿속에 장면을 그릴 수 있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번주 글쓰기 과제가 장면, 심리, 상황묘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은 문학보다 비문학이 많았던 터라 묘사하는 글쓰기가 어려웠다. 글쓰기 하는 기수들과 책에서 묘사 장면이 나오는 한 단락을 공유해 보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했다. 꾸미는 말들이 많아지면서 단문이 아닌 장문이 되어가고 담백하지 못한 문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글 쓰는 방식은 달라지겠지만 에세이를 쓰는 이에게 매력적인 글은 중요하다. 그 매력은 작가의 삶에서도 나오겠지만 그 삶을 그려내는 힘은 글의 디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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