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Singapore, 2023
왜 우리는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없을까요?
- 오세훈 서울시장 -
2022년 서울시장에 재임 후 첫 해외 출장지인 싱가포르로 떠난 오세훈 시장. 가든스바이더베이(아시아 최대 실내외 가든), 마리나원(오피스/주거 복합개발) 등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건축, 조경으로 둘러싸인 싱가포르를 목도한 그는, 마중 나온 유럽/아시아 출신 도시 전문가들을 붙잡고 안타까운 마음에 싱가포르와 대비된 서울의 모습에 저같은 질문을 남발했다.
서울시장 오세훈은 싱가포르에 적잖이 놀랐던 것이 틀림없다. 싱가포르를 다녀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올해 2월, '서울시 도시, 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구체화하여 공식 석상에 나선다. 그리고 그 첫번째 프로젝트로 '노들섬'의 재개발을 공식 선언하는데...
역대 서울시장들이 싱가포르에서 영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시장이었던 고 박원순 시장은 싱가포르를 보고 와서 여의도 섬 전체를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로 만들고 싶어했다.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여러분 앞에 선언합니다. 땅에는 공원/녹지, 보행도로를 만들되, 주거/오피스 등 건물 높이를 높여 글로벌 도시 스탠다드에 준하는 스카이라인을 만들고자 한다"
물론 당시 문재인 정권,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의 정책방향 차이, 부동산 개발 붐으로 인한 여의도와 용산 집값 들썩 등의 여론 악화로 소위 박원순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은 발표 2주 만에 잠정 중단되고 만다.
확실한 사실은, 박원순 전 시장도, 오세훈 현 시장도 모두 '싱가포르'에서 서울의 미래를 찾았다는 것이다. 서울의 미래를 보려거든 싱가포르로 가라고 하는 것이 지나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출근하는 아침 8시, 퇴근하는 저녁 6시면 매일 만원 지하철에 떠밀려 온몸이 부서지듯 회사를 오간다. 성냥갑 모양의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지만 '십억, 이십억', 소위 '억' 소리나는 아파트 대출금을 갚느라 내 평생을 쏟아야 한다는 작금의 현실이, 꼭 서울의 현재이자 누구도 쉬이 풀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뚜렷이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해외 다른 도시는 걷는 거리에서 사진만 찍어도 포토존이고, 도시 이름을 떠올리면 그 도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이 머리 속에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은...?
불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어떤 도시보다 아름다운 서울을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것처럼 비교에 놓곤 한다. 이제는 서울도 말로만 <글로벌 도시>라고 할 게 아니라, 서울 사람들만 '서울, 서울...' 되뇌일 게 아니라, 서울을 밖에서 바라보는 많은 외국인들, 외부인들이 서울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남아야 할 때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싱가포르는 분명 배울 점이 참 많은 도시임에 틀림 없었다.
언론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서울 지자체장들도 '서울의 미래'를 보려면 싱가포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도 정답은 아니다. 싱가포르 인구 전체 6백만 시민이 서울보다 조금 더 큰 700km² 면적에 모여 살고 있다. 서울과 지방으로 분리된 한국의 상황과 전혀 다르다.
강력한 중앙집권력으로 전 국토의 90%를 정부가 소유하여 공공주택의 장기 거주권(임대)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만, 외국인 거주자들의 유입과 외화 투자금 유입, 외국인 관광객 지속 확대로 인한 물가가 상승하면서 임대료 또한 함께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좁은 땅에 일부 돈많은 사람들에게 단독 주택, 연립주택(테라스하우스)와 같은 곳은 땅과 건물을 모두 사고 파는 특권을 부여했다. 공공주택에 사는 사람과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계층 간 이동 또한 불가한 상황이 도래한다. 평범한 싱가포르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대료 월세만 갚다가 일생을 마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또 한번 되새긴다.
싱가포르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힌트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