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기의 집들이가던 중 걸려온 와이프의 전화
토요일 주말 오후 2시, 오전 우리 아기 육아를 마치고 와이프에게 바통 터치를 했다.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집들이 선물을 뭐 사갈까 하며 지하 주차장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와이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오빠, 아기 열이 좀 나는 것 같아..."
응? 열...? 얼마나?
뭐지? 내가 놓친 게 있나?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열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나는 와이프에게 말했다. "알겠어"
바로 10M 앞, 나는 유턴을 하고 단 5분만에 집에 도착했다.
"38도를 넘었어"
직업이 간호사인 와이프는 사실 아기의 체온 변화에 겉으로는 무덤덤하다. 물론 내심 부모의 마음으로 걱정하는 마음은 별개다. 나는 아기의 체온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조금 다르다. 36도에 머물러야 할 아기의 체온이 37도만 되어도 조마조마한데, 38도라니... 나는 겉으로 놀라지 않은 척, 아내와 함께 무엇 때문일지 함께 논의를 시작한다.
'냉방병인가..? 최근에 에어컨 많이 쐤잖아. 그거 말곤 없는데... 아니면 혹시 요로감염...?'(생후 한달이 채 되지 않았던 아들은, 요로감염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다)
아무리 와이프가 간호사라도, 일단 정확한 진단은 의사 선생님께 가봐야 했다. 시간은 오후 2시 20분. 문제는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거다. 보통의 소아과 병원은 주말에 1-2시면 문을 닫는다. 물론 24시간 하는 곳도 간혹 있지만, 진료 수준에 대한 신뢰도도 낮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래도 평판이 좋은 인근 병원을 가야만 했다.
네이버 지도를 켰다
현재 집 위치 근방, 20분 내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신뢰도 있는 병원. 있을까? 아니,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병원을 수소문하니, 집 근처 병원들, 상가에 있는 곳들은 모두 문을 진즉에 닫았다. 스크롤을 내린다.. 쭉..쭉쭉... 딱 1군데 남았다. 00동 00영재소아과의원. 와이프에게 얼른 가자고 다그쳤다. 출산 직후였던 그때면 모두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을 텐데, 이제 돌을 한달도 채 안 남긴 우리는, 나름 능숙한 손놀림으로 역할분담하며 아기 짐을 싸고, 옷을 입혔다. '얼른 가자...'
병원 도착, 오 사람도 없다
웬일인지, 대기중인 아기 환자가 없다. 바로 들어갔다. 경력은 화려한 의사선생님이길래, 괜찮겠지? 하고 믿었다. 아니 믿어야 했다. 이모저모 설명했는데, 우리랑 눈한번 마주치지 않은 선생님은, 꽉 조인 마스크 위로 고갯짓만 슥슥 하시더니 바쁘게 키보드를 치신다. 그러곤 우리에게 '감기약'을 주셨다. 끝.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 먹이기의 시작
우리 아기는 요로감염으로 일주일 간 입원했던 생후 한달 이후, 단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 그 사소한 감기 하나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효자인가 싶다가도, 이제 약을 먹이려고 보니 인생의 첫 약을 마주하는 아기에게 얼마나 고될까 싶기도 하다. 억지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우리 부모도 낯설지만, 그 쓴 약을 입에 넣어야 하는 아기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이 약을 한번이 아닌, 5일치, 하루에 3번을 먹어야 한다. 총 15번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건 고난이 맞았다.
지나고 보니, 매순간 약을 먹인다는 건 정말 어려웠다. 약은 밥과 섞거나 분유와 섞어도 안된다.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분유를 조금이라도 남기면 약도 남기는 꼴이 되기에, CHATGPT도, 의사선생님도 약을 섞어 먹이는 건 추천하지 않았다. 숟가락에 잘 얹은 약은, 먹기 싫어하는 아기의 몸부림으로 반은 엎질렀다고 할 정도로 이리 저리 흘렀다.
제대로 먹지 않은 약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아기를 탓하며 '왜 그래 너~!!' 라고 작은 다그침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약을 먹인 하루하루가 지나며 열이 떨어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37.8도. 열은 쉬이 내리지 않았다.
약을 먹은 내내, 열은 조금씩 내려야 정상이었다.
37.3도로 한번 내리더니, 그 이후로 다시 열은 올라갔다. 약을 받아 먹었으면 증상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콧물과 기침은 더 심해졌다. '나으려고 하는 신호인가?' 하기에는 너무 그 증상이 더해져,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최초 병원에서 한 곳을 더 옮겨 총 2곳을 갔던 터라, 이렇게 자주 병원을 옮기는 게 맞나 싶다가도, 하루하루 증상이 심해지는 아기를 보며 부모로서, 아빠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그냥 가까운 병원을 가지 않으리라. 평을 제대로 보고, 또 오랜 기간 진료를 해 온 명망 있는 곳을 모색했다. 그리고 0000 의원을 찾았다. 과연... 그렇게 세번째 병원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아팠던 아기를 안고...
To-be-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