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일정 중 3주 이상을 머물렀던 우붓. 정글이 울창한 우붓은 요기니들의 천국이다. 한국에서 요가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나는 그냥 시간이 되면 한 두 번 요가 클래스나 참여해 봐야지 정도의 마음으로 우붓에 갔다. 그리고 완전히 바뀌었다. 도시 전체가 요가 바이브라고 해도 충분한 우붓 덕분에 나는 요가를 좋아하고 삶에 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 요가원에 갔었을 때는 다양한 클래스 종류뿐만 아니라 200시간, 300시간 클래스들을 보고 우선 놀랐다. 오로지 요가를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우붓을 찾는다는 사실은 여행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유명한 요가원들 외에도 길을 걷다 보면 쉽게 요가원들을 찾을 수 있는데, 마땅한 홈페이지 안내도 없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마냥 신기했다.
우붓 곳곳에는 요가원들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 나는 가장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Yoga Barn, Radiantly Alive, Alchemy Yoga&Meditation Center 를 자주 이용했다. 각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업 시간표와 요금을 확인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 센터에 방문하면 주간 수업이 적혀있는 시간표를 나눠주기도 한다. 23년 3월 기준 1개 클래스 당 150k IDR (약 12,000원) 이었고, 센터마다 다르지만 10회권 혹은 1주 이용권, 1달 이용권 등이 있어 할인이 가능하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각 요가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Radiantly Alive의 시간표 를 첨부합니다.)
가장 유명한 요가센터 Yoga Barn
나의 첫 요가는 Yin이었다. 우기였던 발리는 무서운 빗줄기가 2~3시간이 이어지곤 했는데, 비를 피하려고 들어갔던 요가원에 마침 시간이 맞는 클래스가 있어서 냉큼 등록했다. 어렵고 기괴한 동작들을 유연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 요가라고 생각했던 나는 몇 번이나 이 클래스는 초보자를 위한 것이냐고 물었고, 그들은 그 맘 안다는 듯 싱긋 웃으며 모든 클래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답해주었다. 해보기 전까지 몰랐던 이 웃음의 의미는 한 번 해보자마자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해 보는 만큼 넓어지는 것 같다.
한 동작을 오래 하며 숨을 느끼는 Yin은 마침 쏟아져내리는 굵은 빗줄기 소리와 합쳐져서 숨이 탁 트이는 순간을 선물해 주었다. 나뭇잎에 부딪히는 세찬 빗소리는 클래스를 듣던 모든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고,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모두 함께 해서인지 해사한 얼굴로 마무리 인사를 나누었다. 이것이 요가고 평화구나. 요가는 신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Yin 요가를 마치니 비가 그치며 마음이 편해졌다.
순식간에 요가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뒤로 발리에 머무는 동안 요가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발리의 기운과 잘 맞았던 나는 평소보다 에너지 레벨이 높아져있었는데, 덕분에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신나게 요가하고 출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주말에도 길 걷다가 요가원이 보이면 들어가서 살펴보고 클래스 하나를 개운하게 듣고 또 길을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요가를 접해볼 수 있었고, 요가로 인해 단정해진 마음이 나를 받쳐준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많은 클래스들을 경험했지만 Yoga Trance Dance와 Ecstatic Dance는 단연 독보적인 경험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을 움직인다는 것,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 음악이 몸을 관통하고 그것을 그냥 그래로 두어보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자유롭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새삼 생각하게 되는 계기기도 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나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놓아보는 경험은 신기하게도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Yoga Trance Dance를 경험했던 Radiantly Alive
Yoga Trance Dance는 가이드를 하는 사람과 표현해야 하는 주제가 있다는 점에서 Ecstatic Dance와는 달랐다. 춤을 추는 것 같지만 어쩌면 매트 없이 공간 전체를 사용해서 몸을 쓰는 요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술과 요가 그리고 춤이 오묘하게 섞였는데 동시에 몽환적인 몸동작들. 처음에는 음악에 맞추어서 함께 움직이다가 나중에는 물, 불, 공기 등 특정 단어를 떠올렸을 때 드는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마무리했다.
나는 Ecstatic Dance가 더 좋았는데 가이드도 규칙도 하나 없이 2시간 동안 오로지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경험 덕분에 몸도 정신도 개운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풀벌레가 우는 저녁에 조명도 꺼진 요가원에 모여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춤춘다. 이 말만 들으면 클럽이나 다를 것이 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다르다. 사실 춤이라기보다는 음악이 몸을 관통할 수 있도록 그대로 놓아두고, 흐르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표현하는 동작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음악이라 여기에 무슨 춤을 추냐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완전히 몰입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고 움직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cstatic Dance를 경험했던 Alchemy
우붓이 아니었다면 전혀 접해볼 생각도 못했을 요가의 세계. 전혀 다른 나의 몸과 마음을 만나본 경험 덕분에 나는 요가가 정말 좋아졌다. 거창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요가원에 가지 않더라도 삶에 요가를 들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유튜브를 활용해 요가 수업을 듣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노래를 틀어두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를 풀어놓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호흡을 깊게하며 마음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게 다 우붓에서 만난 요가 덕분이다. 이렇게 나의 세계가 조금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 내 삶이 정말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