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가 시원한 폭포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수많은 투어 중에서 오로지 폭포만 다니는 투어를 선택했다. 에어비앤비 체험으로 올라온 투어들을 보면 대부분 인스타그래머블한 곳들을 다니는 것 같아서, 평점이 5점인 폭포만 다니는 투어를 찾았다. 결과는 대성공! 폭포와 수영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투어였다.
다녀왔던 3군데의 폭포
Timing is Quality. 이 투어를 다녀오며 나에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바로 이 말이다. 폭포도 너무나 멋지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순간들도 모두 다 좋았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순간을 주기 위해 최적의 타이밍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Joe의 프로다움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알고 보니 Joe는 나와 동갑이었고, 어린 나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미 투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었고, 소속 가이드들이 모두 바빠서 직접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나였다. Joe는 베테랑답게 끊임없이 발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폭풍같이 쏟아지는 나의 질문에도 기쁘게 답해주었다.
Joe는 7시에 나를 데리러 왔는데, 이것도 Timing is Quality라는 그의 신조 때문이었다. 첫 방문지는 Tukad Cepung이라는 아주 유명한 폭포였는데,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다 보니 빨리 가서 온전히 즐기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는 폭포를 온전히 혼자 즐길 수 있었다. 실컷 감탄하고 놀다가 돌아가는 길에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으쓱하는 Joe를 보면서 이 투어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후두둑 떨어지는 폭포를 보니 마음이 뻥 뚫렸다!
유명한 폭포는 하나로 족하다면서 이제는 숨겨진 아름다운 진짜 폭포를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곳은 ‘Goa Raja’ 였다. 폭포 옆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고, 발리 사람들이 정화의식 때 사용하는 Holy Water도 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물이 쏴아쏴아 쏟아지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폭포. 바람에 휘둘린 물줄기들이 내 몸을 스치는데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폭포 옆 수영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사진에 사명감이 있는 Joe는 끊임없이 포즈를 요구했고 정말 멋진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아 이런 것이 짬바구나. 나는 사진보다는 수영이 너무 하고 싶어서 그만 찍어도 된다고 계속 수영을 했는데, 그것마저 영상과 사진으로 승화시키는 Joe… 인정했다. 덕분에 평소라면 전혀 얻을 수 없었던 사진들이 생겼다.
손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수영했던 폭포!
세 번째 폭포는 Krisik Waterfall, Krisik은 noisy라는 뜻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왔던 날에는 들어가는 길 수위가 높아져서 못 들어갈 때도 있다고 한다. 가기 어려운 만큼 자연 폭포 그 자체의 위엄은 정말 어마어마했는데, 왜 noisy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멀리서부터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찼다.
다른 폭포와는 다르게 진짜로 물을 맞아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물줄기가 엄청 강해서 머리에 맞으면 고개가 푹 숙여지는 정도였다. 뜻하지 않게 느끼게 된 중력의 무게. 저절로 자연 앞에서 겸허해졌다. 세찬 물을 맞으며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것마저 너무 재밌어서 계속 폭포 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맞았다.
와르르 쏟아지는 물을 맞는 재미란!
원래 점심을 따로 챙겨 먹는 투어가 아닌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바비 굴링’ 이야기가 나왔다. 축제 때 먹는 발리 음식인데 어린 돼지를 통으로 구워서 먹는 음식이다. 우붓 시내에도 유명한 곳들이 있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까, Joe가 그건 발리의 진짜 맛이 아니라며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 이 근방에 있다고 했다. 발리에 오면 모두가 겪는다는 물갈이인 ‘Bali Belly’가 없었던 나는 자신 있게 가자고 했다.
오랫동안 투어를 안내하면서 고객이랑 같이 온 것은 처음이라며 신난 Joe는 메뉴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 주고 보여줬다. 덕분에 나는 식당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환영의 웃음을 받으며 신나게 바비 굴링을 먹었다. 맛은 정말 최고, 수많은 돼지고기를 먹었지만 이것은 또 달랐다. 특히 바삭 부서지는 돼지껍질이 정말 맛있었다.
로컬 그 자체였던 식당에서 먹었던 바비굴링!
Joe는 나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폭포에 갈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친구들이랑 가는 수영 스팟을 갈 것인지 말이다. 보니깐 수영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진짜 수영하기 좋은 것을 안다고 말이다. 말해 뭐 해. 바로 수영하러 가야지. 그리고 그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누가 봐도 수영하는 곳이 없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선, 자신 있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만난 장면은 학교 마치고 다 같이 수영하러 온 우붓의 청소년들. 하나같이 표정이 ‘여기 네가 왜?’였다. 착하디 착한 그 친구들은 다이빙 스팟을 알려주고는 친히 점프 시범을 보여줬다. 발도 안 닿는 물속으로 텀벙텀벙 잘도 뛰어내렸다. 나는 겁나서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겨우 뛰어보았고, 그다음부터는 신이 나서 연신 점프를 하며 놀았다.
물이 엄청나게 깨끗해서 나조차도 함께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물살은 생각보다 강해서 가만히 두둥실 떠있기만 해도 스르르 아래로 떠내려가기도 했다. 마치 물 위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가만히 누워 물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자연과 하나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었고, 이 순간을 위해 발리에 왔다고 해도 좋을 순간이었다. 손발이 쪼글쪼글해지고, 온몸이 오들오들 떨릴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점프하고 수영하고 둥둥 떠다니며 놀았다. 인생의 한 페이지에 기쁨의 순간으로 남겨도 좋을만한 시간이었다.
Joe가 경험과 마음으로 만들어 낸 Timing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경험을 했다. 사람의 노력과 마음 덕분에 기쁨을 느낄 때면 나는 사람이 더 좋아진다. 멈추지 않던 웃음과 배려,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직업의식 덕분에 나는 이제도 앞에도 없을 경험을 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단지 폭포가 좋아서 떠난 투어에서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시간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능력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러니 발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