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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미 Jun 06. 2023

발리에서 경험한 Farm to Table

직접 수확하고 요리해서 둘러 앉아 먹는 발리 음식이란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부터 신나서 예약한 것은 발리 전통음식 쿠킹클래스였다. 덕분에 발리에서 가장 먼저 체험했고, 덕분에 발리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시 음식을 통해 받아들이는 그 지역의 문화는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다.


우붓에는 정말 다양한 쿠킹클래스가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유기농 농장에 직접 가서 함께 수확을 하고 요리를 한 뒤 나누어 먹는 진정한 Farm to Table의 특별한 쿠킹클래스를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곳이 아니었다면 절대 어디서든 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쿠킹클래스가 열렸던 유기농 농장 커뮤니티

우리가 먹는 음식은 본래의 생김새가 있다. 이 본모습들을 보고 느끼고 나면, 음식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고 소중해진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매력이다. 특히 발리의 식생은 한국과 전혀 다르고 향이 강한 채소들이 많다. 이렇게 생소한 농작물들을 직접 수확하고, 향을 맡아보고, 맛을 본다는 것은 정말 축복 그 자체였다.


호텔에서 차를 타고 약 20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농촌 마을이었는데 복잡한 우붓 시내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 화천, 철원, 논산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고, 아빠의 주말 농장에서 곧잘 일하기도 해서 농촌의 정겨운 분위기는 익숙했다. 우거진 정글 속에 펼쳐진 계단식 논은 한국이 아니라 발리라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 나게 해 주었다.

평화 그 자체였던 농장. 모든 것이 유기농이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 호스트는 누가 봐도 신난 표정이었고 덩달아 내 마음도 같이 기뻐졌다. 행복 바이러스가 옮겨오는 기분이랄까. 단순히 농장으로만 알고 갔었는데 정확히는 '유기농 농장 커뮤니티'였다. 클래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커뮤니티의 상생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함께 농사도 짓고, 클래스도 운영하고, 축제를 준비하기도 하며 함께 살아간다고 했다.


땅콩이나 고추와 같이 익숙한 농작물들도 있었지만 전혀 처음 듣고 보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향신료를 다양하게 섞어 쓰는 발리 요리였기에 허브 종류들도 많고, 독특한 뿌리 작물들이 많았다. 땅에서 캐자마자 흙냄새와 섞여 향긋하게 퍼지는 뿌리 작물들은 여전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특유의 싱싱한 향은 아직도 생각만 하면 코에 맴도는 것 같다.

수확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감각하며 요리하는 시간

오늘 요리에 사용할 재료들의 수확이 끝나면 모두 모여서 요리를 시작한다. 한 과정도 놓치지 않고 모두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쿠킹클래스의 또 다른 포인트! 모든 음식의 베이스가 되는 기본 소스(이름도 귀여운 붐부발리)부터 시작해서, 사테(발리의 꼬치구이)를 반죽하고 빚고 밥도 같이 짓는다. 돌절구에 재료를 가득 넣고 잘게 빻기도 하는데 내려칠 때마다 몸을 가득 채우던 향을 잊을 수가 없다.


모두 함께 밭에서 수확하고 요리했다 보니 음식이 완성될 쯤이면 신기하게도 친해진다. 둘러앉아 완성된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경험했던 좋은 여행장소를 공유하기도 하고, 오늘의 느낌을 나누기도 하고, 호스트와 발리의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더 알아가기도 한다.

밭에서 갓 따온 꽃들로 음식 플레이팅까지 다같이 했다.

모든 순간들이 인상 깊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미소, 커뮤니티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리고 전통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하고 알려주는 진심이었다. 빠르고 효율적인 것, 멋있고 예쁜 것을 미덕이라고 여기는 요즘. 전통 특유의 느림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전달하는 그들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특히 지구,  mother earth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는 나를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했다.


단 몇 시간의 체험으로 발리를 모두 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쿠킹클래스 이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은 확실하다. 그들의 웃음이 나에게 옮겨와서 한동안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 덕분에 발리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함께하는 즐거움과 지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발리 사람들. 너무나 감사한 깨달음이다.


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고 참여했어요. 관심있으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깁니다:)

https://www.airbnb.co.kr/experiences/144776?guests=1&adults=1&s=67&unique_share_id=b449c147-f4ad-4f99-ba29-8a9319f04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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