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파괴 생각

삶이 무거운 이유는 내가 무거운 것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by 고도띠

가끔 불안, 우울, 공황으로

괴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그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굳이 앞으로 있을 고통에 대해 미리 끌어오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미래에 닥쳐올 고난을 상상만해도

우리 뇌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 음식을 상상만해도 침이 고이는 것처럼,

고통을 상상만해도 몸은 움츠러들고,

손에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리고는

"역시.. 내 몸이 또 불안해지고

긴장할 줄 알았어"

라며 예기불안에 대해 합리화 한다.


예기불안이란, 공황이나 불안장애 등의 증상이 일어날까봐

미리 두려워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다.

불안할까봐 불안하다는 얘기다.




남들이 볼 때는 '왜 굳이 저런것까지 걱정하지?'

생각하며 이해를 못한다.

하지만 그 생각의 굴레 안에 갇히기 시작하면

내 스스로도 통제가 안될 수 있다.


어느 날은

'내 자신이 컨트롤이 안되어서 미쳐버릴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그런 생각과 신체의 반응은

자기 파괴에 가깝다.


누구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불안해하면서 자기 자신을 파괴시키면서,

파괴되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또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들도 그 굴레가 잘못되었고,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더욱 고통받는 것 같다.




그런데 편안한 하루를 지내거나,

한동안 고요함 속에 적막이 흐를 때면

이상하리만큼 불길해한다.


'요새 왜 아무일도 없지? 왜 안 불안하지?'

그리고는 다시 예전에

고통받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다시금 불안감이 몰려온다.


결국 불안하지 않은 상태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금 불안해진다.

불안이 싫다면서 불안이 사라지면

그것을 다시금 내 옆자리로 끌어와 앉히곤 한다.


그들 혹은 나 자신은 자기 파괴를

마음 한구석 어디선가 바라고 있는걸까?


모두가 내심 세상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
-빅쇼트 中-




그렇다면 자기 파괴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내가 더이상 무거운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당장 1분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인생을

너무 멀리까지 끌어올 필요가 없다.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여겨야 한다.

일어나지 않을 고통,

안좋은 사건들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 어둡고 끈적한 불쾌감이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매달리도록 허용할 필요가 없다.


매 순간은 찰나이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수많은 현재의 찰나가 지나가고 있다.




또한 자기 파괴를 하는 이유 중

나 자신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일 수 있다.


'나는 원래 예민하고 약해'

'나는 원래 허약해'

'나는 원래 불안감이 많아'

'나는 원래 무능력하고 항상 어설퍼'


위의 생각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이고,

이 불신은 결국 내 스스로를

더욱 컨트롤하지 못한다.

칼자루를 멋대로 날뛰는 불안, 공황에게

쥐어주는 것과 같다.


처음엔 어색하고,

별 효과 없어 보여도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건강해'

'나는 안정되어있어'

'나는 편안해'


그렇게 내 자신을 믿어주고,

무거운 미래의 돌덩이를

갖고오지 않는 것이 가능해질 때 쯤

나를 움켜쥐고 있던

자기 파괴를 멈출 수 있게 된다.


자기 파괴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다.




또한 나는 완벽히 건강해야 하고,

늘 행복해야 하고,

걱정거리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일종의 강박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지 꼭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그 대상은 더 컨트롤 하기 쉽지 않다.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반드시

얻어야만 한다고 생각할수록

상대방은 나를 부담스러워 한다.


내가 어떤 발표를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그 발표시간은

더 긴장되고 떨려서 오히려

망쳐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나의 마음도 늘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강박을 가질수록

사소한 상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집착한다.


살다보면 긁히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하는게 인간의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이것을 과대해석하여

스스로를 강박의 지옥으로

끌어당기곤 한다.

이 또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것은

나를 파괴할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볍게 여길 필요는 없지만

모든 것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 지금 너무 괴롭다면,

그 생각의 굴레를 스스로도

끊어내기 어렵다면

적당히 힘든 운동을 해보길 권유한다.


이미 반복적으로 걱정회로가

가동된 상태에서는 이 불을 끄기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숨이 적당히 차는 운동이다.

이는 뇌의 걱정회로를 중단시킬 수 있고,

정신이 분산되면서 건강까지 올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상황이 심각하다면

그 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만성적이거나, 진행이 꽤 된 상태는

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스스로 운동을 하러가는 것 조차

안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경우는 이미 내 의지를 넘어선 상태라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것이 예후가 좋다.




적당한 불안,

가끔씩 오는 우울함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평소 내가 자주 불안하고

우울감이 잦다면

자기파괴생각을 하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오늘의 나는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