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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ug 16. 2023

모녀지정 (母女至情)


 더우니 초목들도 늘어져 쉬고, 집안에서 나갈 생각하기도 힘든 하루다. 아침저녁이면 꼬박 시간 맞춰 찾아오는 삼색이와 노랑이(삼색이 딸) 지난 주말 손님이 많이 와서 그랬는지 삼색이가 아기냥이 네 마리와 나간 후, 그날부터 삼색이는 노랑이만 데리고 온다.


길냥이들이 우리 집에서 기숙한 지 일 년이 넘다 보니 길냥이들의 특성을 대강 알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사라졌다가도 한 번씩 들른다. 집에 충실했던 깜냥이도 몇 주 나가선 소식도 없다가 요 며칠 들어왔다. 처음엔 길냥이들이 오지 않으면 어디 가서 밥이라도 얻어먹어도 먹는지 걱정도 많이 됐다. 그런데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야생 본능도 있고 무엇보다 저한테 손해 될 짓은 하지 않는 본능을 지닌 것 같다.

'그래 아기냥이들도 다른데 잘 두었을 것이야 ~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있을 것이야 ~~' 다른 집에 입양시켰을지도, 혹 독립했을지도 모른다' 며 염려를 덜어낸다.

고양이가 왜 자유로운 영혼인지, 길냥이 밥 집 하면서 현실적으로 알게 되고 급한 성정을 내려놓게 되는 마음의 여유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얘들 밥값보다 훨씬 값진 교훈을 돌려준다.


삼색이는 채 한 살도 되지 않았지만 네 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며 잘 보살핀다. 그 모습이 가엽고 기특하기도 해 꼬박 밥을 챙겨 주게 만든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가르치지 않아도 몸으로, 천성으로 배우게 되어있나 보다.

다만 아기 조로 걱정은 된다. 넷 중 제일 어리고 몸무게도 덜 나가는 조그만 아이, 그럼에도 먹는 욕심은 제일 많고 진심이었는데 먹는 중에는 안아도 꿈쩍하지 않고 먹는 것에만 열정이었다. 쾌걸 조로처럼 눈에 까만 안경을 쓴 귀엽게 생긴 아이, 처음 보자마자 이름을 '조로'로 지어주었다. 조로는 안전하게 잘 있을까...


저녁에도 삼색이는 노랑이와 다정하게 밥 먹으러 왔다. 모녀간에 얼마나 정답게 잘 지내는지 모른다. 노랑이가 제 밥을 뺏어 먹어도 쳐다보고 핥아 준다. 밥을 먹고 나선 뒹굴고 친구처럼 장난치며 '어찌 저리도 잘 놀고 다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아준다. 힘들었던 시절,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 것 만 봐도 배불렀다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자식사랑은 사람 못지않은, 길냥이들의 삶이다. 어쩌면 모든 생명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자식을 향한 어미의 마음, 지극한 모녀지정(母女至情)이야말로 생명의 뿌리며 이루어 온 지구 역사의 근간이었음을 누구라 부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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