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니 초목들도 늘어져 쉬고, 집안에서 나갈 생각하기도 힘든 하루다. 아침저녁이면 꼬박 시간 맞춰 찾아오는 삼색이와 노랑이(삼색이 딸) 지난 주말 손님이 많이 와서 그랬는지 삼색이가 아기냥이 네 마리와 나간 후, 그날부터 삼색이는 노랑이만 데리고 온다.
길냥이들이 우리 집에서 기숙한 지 일 년이 넘다 보니 길냥이들의 특성을 대강 알 것 같다.신기한 것은 이렇게 사라졌다가도 한 번씩 들른다. 집에 충실했던 깜냥이도 몇 주 나가선 소식도 없다가 요 며칠 들어왔다. 처음엔 길냥이들이 오지 않으면 어디 가서 밥이라도 얻어먹어도 먹는지 걱정도 많이 됐다.그런데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야생 본능도 있고 무엇보다 저한테 손해 될 짓은 하지 않는 본능을 지닌 것 같다.
'그래 아기냥이들도 다른데 잘 두었을 것이야 ~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있을 것이야 ~~' 다른 집에 입양시켰을지도, 혹 독립했을지도 모른다' 며 염려를 덜어낸다.
고양이가 왜 자유로운 영혼인지, 길냥이 밥 집 하면서 현실적으로 알게 되고 급한 성정을 내려놓게 되는 마음의 여유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얘들 밥값보다 훨씬 값진 교훈을 돌려준다.
삼색이는 채 한 살도 되지 않았지만 네 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며 잘 보살핀다. 그 모습이 가엽고 기특하기도 해 꼬박 밥을 챙겨 주게 만든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가르치지 않아도 몸으로, 천성으로 배우게 되어있나 보다.
다만 아기 조로 걱정은 된다. 넷 중 제일 어리고 몸무게도 덜 나가는 조그만 아이, 그럼에도 먹는 욕심은 제일 많고 진심이었는데 먹는 중에는 안아도 꿈쩍하지 않고 먹는 것에만 열정이었다. 쾌걸 조로처럼 눈에 까만 안경을 쓴 귀엽게 생긴 아이, 처음 보자마자 이름을 '조로'로 지어주었다. 조로는 안전하게 잘 있을까...
저녁에도 삼색이는 노랑이와 다정하게 밥 먹으러 왔다. 모녀간에 얼마나 정답게 잘 지내는지 모른다. 노랑이가 제 밥을 뺏어 먹어도 쳐다보고 핥아 준다. 밥을 먹고 나선 뒹굴고 친구처럼 장난치며 '어찌 저리도 잘 놀고 다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아준다. 힘들었던 시절,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 것 만 봐도 배불렀다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자식사랑은 사람 못지않은, 길냥이들의 삶이다. 어쩌면 모든 생명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자식을 향한 어미의 마음, 지극한 모녀지정(母女至情)이야말로 생명의 뿌리며 이루어 온 지구 역사의 근간이었음을 누구라 부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