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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가을 02

2020년 10월 3일









 둥근달 아래

 옹기종기 앉으면

 가족 같아라




 이번 추석 연휴도 일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명절에도 못 쉰다고 안타까워했지만, 전 차라리 명절에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이 연휴가 명절이 아니라 그냥 공휴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난 뒤 돌아서 생각해보니 좀 부끄러워졌습니다. 무언가 솔직한 대답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매번 명절마다 꼭 한 번씩은 사람들을 불렀던 것 같습니다. 또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제가 찾아가기도 했구요. 그리고는 거기에서 만두를 빚고 전을 부치며 놀곤 했었지요.


 올 추석에도 연휴 전날은 사람들 몇 명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이를 위해 하루 전부터 장도 보고 육수도 내고 양념장도 만들어 놓았었습니다. 차례차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누어 먹고, 웃다 보니 어느새 창 밖에는 해가 지고 환한 달이 떠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채 창틀에 걸터앉아 하늘에 떠있는 둥근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어찌 그리 정겹게 느껴지던지요.


 아마도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함께 나눠먹는 음식과 오고 가는 이야기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메우는 눈빛과 웃음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 가족이 아니어도 가족과 함께 하는 듯한 명절의 순간을 만들어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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