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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y 10. 2024

바램

    바램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3년간은 외부 행사나 외식이 불가능했으므로 이 날을 조용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다시 각종 어버이날 행사가 시작되었다.

해가 갈수록 어버이날이 즐겁게 느껴지기보다는 이제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어버이날 자식들로부터 점심 초대를 받았다.

약속된 장소로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난 강남의 뒷골목이 왠지 외국의 어느 골목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아들 딸 앞에 앉았는데도 왠지 어색하다. 지난날 친숙했던 거리도, 레스토랑의 이태리식 이름과 분위기도, 내어놓는 음식도, 심지어 실내에 흐르는 음악마저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나이 탓일까?


거리를 빠져나와 혼자 걸으니 비로써 내 하늘이 보였다.  내 세상이 보였다.

"소 때 마을" " **추어탕"  "**막국수" 등등

이런 간판들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강 건너 험지에 들어갔다 주눅이 잔뜩 들어 돌아 나온 기분이다.


늙은이 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동시대를 살다가 먼저 떠난 인기작가 최인호의 글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노트에 옮겨놓았던 글을 다시 한번  여기에 옮겨본다.

우리 같은 늙은이도 주관이 똑바로 서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지경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소신과 함께----


            어느 늙은이의 바람

"노년기에 내가 심술궂은 늙은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는 것이 내 소원이다. 무엇에나 올바른 소리 하나쯤은 해야 한다고 나서는 그런 주책없는 늙은이, 위로받기 위해서 끓임 없이 신체의 고통을 호소하는 그런 늙은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 더 바란다면 전혀 변치 않는 진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죽는 날까지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 인호 글-


  2024, 5, 8. 어버이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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