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아무나 배우가 될 수 없는 이유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배우는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말하고, 웃고, 울고, 화내고, 사랑하고, 싸우는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연출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도록 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스태프에게 둘러싸인 배우들의 사진이 연달아 몇 장 올라왔는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저절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노하우나 비결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나는 결코 배우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결코 배우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사람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몇 달이 흘렀지만 아직 적응 기간이다. 컨셉은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 같은 친근함이었다. 사실 딱히 방법이 없었다. 전달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배우처럼 멋지고 화려하게 표현할 능력은 더 부족했다. 그래서 연한 베이지 바탕에 잔잔한 무늬로 결정했다. 아주 강렬하지는 않지만 화덕 불처럼 은근한 매력으로 옹기종기 모여앉게 만드는 힘, 그 정도의 힘만 발휘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거의 3개월이 되어 간다.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해보고 있다. 이렇게 해보면 좋다는 소리에 '그럴까?'라고 시도해보고, 아무래도 무리다 싶으면 심(心) 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으로 수정하여 준비해보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업로드 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일주일에 한 개씩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28편 정도 올라갔다. 일주일에 한번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도티나 잠뜰, 케빈, 백수공방과 같은 유명한 유튜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구독자는 76명. 구독자 1,000명 이상이 되면 유튜브에서 광고를 달아준다고 한다. 유튜브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광고 수익에 대해 언급하는데,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구글에서 용돈 받겠다는 생각은 욕심이지 싶다. 처음부터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기에 기죽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일주일에 한편씩 영상을 준비할 생각이다. 책에 관한 이야기,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의미 있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 내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온 다른 모든 것들처럼 말이다. 안토니오 마차도(에스퍄냐의 시인, 1875~1939)의 글이 생각난다. '그때그때 한 걸음씩 가라,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유튜브 영상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다. 말하기, 그러니까 나의 말 하기 습관에 대해서. 생각보다 내가 '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영상을 찍기 전에 먼저 한글로 자료를 만들고, 몇 번 연습한 후 렌즈를 바라보면서 말을 하는데도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질 때가 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어'라는 말이 나왔는데, 나중에 편집하려고 살펴보니 '어'라는 말이 생각보다 많았다. 부족하지만 편집이 나를 살려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을 편집하려고 파일을 열었을 때 반복되는 말이 종종 눈에 띄었다. 강조한다는 것이 지나쳐 반복이 되고 있었다.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예상외의 수확이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면서도 일어나고 있다. 확실히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
유튜브. 아주 거창한 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필요와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며, 처음의 의도가 잘 유지되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밝히는 싶을 때 잠시 들러 호기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쓰기에 앞서 헝클어진 머리로 만나러 와도 좋고, 단정하게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면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말을 걸어와도 좋다. 거창하지는 않겠지만, 슬쩍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 조각이나 시원한 바람 한 모금 정도는 가방에 밀어 넣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에 만나러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는 나의 뒷모습에서 정직한 응원과 격려의 기운은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