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도 아닌데, 갈수록 '곰'이 되어 가고 있다.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by 윤슬작가

곰도 아닌데, 갈수록 '곰'이 되어 가고 있다.


관성의 법칙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지 책상에 앉아 있다보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배가 고프거나 커피를 준비하는 게 아니면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모른 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져도 되는데, '잘 될 때 조금 더 할까?'라는 마음에 계속 달리는 편이다.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주변의 다른 상황이나 환경에 무심해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상황은 그런 나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시간의 제한 없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몸을 움직이거나 밖에 나갈 이유는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평소 8,000보에서 10,000보를 걸었던 사람이 3,000보를 넘지 못하게 되었고, 먹고 움직임이 없으니 몸무게가 상승곡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있다.


'어, 이거...'

'더 이상은 안 되겠는데...'

'뭔가 방법이 필요해... 방법이...'


이번 주에 들어오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움직일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에 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하루에 한 번 외출하기>였다. 예전이라면 한꺼번에 할 일을 일부러 하루에 하나씩 나누었다. 재활용품 버리러 가기, 우유 사 오기, 종량제 봉투 사 오기, 식빵 사 오기와 같은 일을 하루가 아니라 4일, 5일에 걸쳐 나누었다. 일부러 다이어리에도 기록했다. 아주 중요한 임무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미션 아래에 '걷기 30분'도 함께 기록했다. 1+1이라고 해야 하나,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하나, 외출하기 미션에 걷기를 붙여 10,000보를 완성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주에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비록 어제 목요일은 7,000보에 그쳤지만, 월요일 12,000보. 화요일 11,000보. 수요일은 9,000보를 달성했으니,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루 만보 걷기. 내가 바라는 것은 멋진 몸매가 아니다. 멋진 몸매를 생각하고 몇 번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식욕을 참고, 맥주를 멀리하라고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많이 먹지는 않더라도 기분 좋아 맥주 한 자, 피곤해서 맥주 한 잔, 속상해서 맥주 한 잔, 먹태가 있으니까 한 잔, 불금이니까 맥주, 주말인데 그냥 있을 수 있나 맥주 한 잔, 이러고 나면 일주일이 훌쩍이었다. 몇십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무래도 이번 생(生)에 날씬한 몸매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방향을 수정했었다. "날씬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자. 그게 정신건강에도 좋아!"라고 말이다.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고, 건강하게 늙어가고 싶다. 목표가 평생 현역으로 일하기인데,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테니 근육을 키우고,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작되기 딱 20일 전에 시작한 헬스장도 코로나로 함께 멈추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지만,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조급해지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자구책으로 마련한 걷기, 가능하면 만보 걷기,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겠지만, 이거라도 꾸준하게 지켜나가볼 생각이다. 출발이 좋다. 이번 주에도 잘 해내었으니 다음 주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믿어본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어줄까? 오늘도 나는 나를 긍정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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