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쉽지 않은 사람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by 윤슬작가

코로나로 나는 외부 일정과 수업이 취소, 연기된 반면 남편은 오히려 조금 바빠졌다. 그래서 4월부터 남편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단순한 작업이긴 하지만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했다. 낮에 작업의 일부를 해놓으면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과 함께 마무리를 하는 방식으로. 남편은 어떤 일에 대해서든, 하다못해 단순한 업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이다. 집에서 내가 맡아서 하고 있던 작업에 대해서도 계속 이렇게, 저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팔도 아픈데 계속 돌리면서 하지 말고,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럴 때 보면 성격이 나오는 것 같다.

"이게 편하고 빠른 것 같은데. 작업 속도도 나오고?"

남편의 말대로 해봐도 좋겠지만,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내 느낌을 전달했던 것 같다.

"원래대로 하는 게 시간이 덜 걸리는 것 같은데? 작업 속도도 안 나오고?"

"그래? 굳이 돌려서 넣을 필요도 없는 데다가, 팔도 덜 아프고... 이게 낫지 않을까?"

남편의 방식으로 한번 해보았다.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야, 기존의 방식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아"

"그... 래?"

남편과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해나갔다.

남편은 기존의 방식도 해보고, 새롭게 고안한 방식도 해보면서, 나는 나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다음날, 낮에 혼자 작업을 하면서 어제의 일이 떠올라 다시 한번 해보았다.

남편의 방식대로 일을 하면서 시간을 재어보고, 기존의 방식대로 일을 하면서 시간을 체크해보았다.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돌리지 않아서 오히려 팔은 덜 아팠고, 제품의 완성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제 남편이 얘기한 방식도 괜찮았는데,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한번 해보고 기존의 방식이 낫다고 생각했을까?'

'왜 익숙한 것만 고집하려고 했을까?'

그런 면에서 남편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쉬운 사람이다.

내가 새로운 제안이나 생각을 얘기하면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렇게 말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번 해볼까?"

"이렇게 해보라는 얘기지?"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과거의 성공은 오늘의 변화에 짐이 된다. 성공은 곧잘 우리를 도취하게 만든다"

단순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다 보니 좋은 것으로 이해하고 고집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방식만 너무 열심히 하려고 것도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에도 털퍼덕 주저앉아 깊게,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말랑말랑하지 못한 뇌가 어설프게 자꾸만 선을 그으려고 한다.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이 쉬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by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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