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바쁘죠?"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by 윤슬작가

"언니, 바쁘죠?"

"언니, 바빠요?"

"혹시 바빠?"

"바쁘나?"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언제부터인가, 내가 받는 전화의 대부분 저렇게 시작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그렇게 되었고,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그러려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함께 일하는 동생과 얘기를 나누다가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일한다고 바쁠 턴데 괜히 전화해서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시간관리가 중요하다는 사람인데 시간을 뺏는 건 아닐까,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거기에 얼마 전 「시간관리 시크릿」이 나온 후로는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했다. 어, 이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닌데, 오늘은 짧게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을 담아볼까 한다.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의지에서였다. 생산적인 일, 성과가 드러나는 일만 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사전에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더딘 작업이지만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일에 시간을 쓰고, 누군가와 깊게 대화를 나누는 일에도 시간을 배분하고, 파도가 부딪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에도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것을 위해 매일 일정하게 주어진 시간을 관리 대상으로 보았고,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오늘 해도 되고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무엇인지, 오늘이 아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뜻밖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여유시간을 확보해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평균적으로 60퍼센트 정도의 시간에 대해서는 계획이 세워져있고, 30~40퍼센트는 여백의 미로 여유롭게 두는 편이다. 일시적으로 마비가 생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반대로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이나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아까 점심 먹고 같이 차를 마시자는 분위기였는데, 언니는 일해야 할 턴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가운데에서 조금 고민됐어요"

"아니야. 편하게 얘기하면 돼. 같이 마실 수 있으면 마시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일이 있다고 얘기할 건데..."

"그래도... 괜히 시간을 뺏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돼. 예를 들어 오늘 같은 경우도 점심 먹고 2시부터 계획은 있었어. 몇 가지 순서를 정해놓긴 했지. 하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만나 이야기 나누고 차 마시는 시간도 좋거든. 소중한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나한테는 중요해. 물론, 2시에 꼭 해야 하는 게 있었으면 얘기하고 일어섰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중에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보냈어. 그러니까 다음에도 그냥 편하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아. 시간이 되는지. 바쁜 일이 있는지 말이야"


천성이라고 해야 하나, '나'라는 사람은 미리 준비를 해서 맞이하는 방식이 좋다. 일을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고 계획했던 것을 모두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앞서 밝힌 것처럼 우선순위에 의해 부여한 것,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악착같은 면이 보일까, 나머지는 유연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도 그런 날 중의 하루였다. 사실 갑작스럽게 생겨난 데다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것도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조금 부담스럽다. 스스로 꼭 해야지 했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일에 대해 태도는 '환대'이다.


시간관리, 무조건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유일한 자원,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슨 일이든 주인이 직접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시간관리는 더욱 그렇다. '시간관리'라는 텍스트 뒤에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치한다는 것이지, 매 순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진행하되,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인생은 역동적이고 삶은 다이내믹하다. 소중한 사람, 중요한 일이 갑작스럽게 생겨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관리에 앞서 "반드시"라는 단어와 "여유롭게"라는 단어를 동시에 떠올렸으면 좋겠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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